“북, 중·러 친서외교로 관계 과시…경협 위한 계산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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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친서외교를 통해 대북제재 및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국경지역 무역 등 경제협력에 다시 시동을 걸려 한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한국과 미국과의 대화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입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의 대북 대화재개 및 코로나19 관련 협력 제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시진핑(습근평)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통적 우방국가들과 친서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일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축하하는 구두친서를 보냈고, 이에 시 주석 역시 김 위원장에게 구두친서를 보내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비롯해 양국 간 전략적 소통과 교류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화답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낸 바로 다음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제2차 세계대전 전승일에 맞춰 축전을 보내는 등 핵심 지원국을 상대로 연이은 밀착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필요할 때 한국과 미국보다는 오랜 협력국인 중국과 러시아로 눈을 돌리는 것이 별로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의 대북제재에 반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지원은 정치적 조건(political baggage)이 달려있지 않기 때문이란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거의 지난 2년 동안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무시해왔고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입장이) 굳어진 만큼, 이들이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들과 관여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패트리샤 김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김정은 정권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주요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원: 시진핑 주석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김 위원장의 칭찬은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고 북중 접경지역 경제활동 재개 필요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중국의 지원(favor)을 얻어내기 위한 계산된 움직임입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서울과 워싱턴에 손을 내밀지 않는 사실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대화, 특히 핵 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의 대화재개 노력엔 퇴짜를 놓으면서 중국과 러시아와 전통적 우호와 동맹을 확인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중국과 무역 등 경제적 관여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중국에 손을 뻗은 것은 경제적 관여 재개의 서막(prelude)으로 양국 관계를 재확인하는 것의 일환이라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김 위원장은 유엔 (대북)결의에 의해 가해진 제재의 효과를 우회하면서 경제적 이익과 무역을 얻어내기 위해 중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의 관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제안은 적은 조건(fewer strings attached)으로 올 수 있으며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제재 완화 지원을 배경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에 대한 최대 제재압박 노력을 더욱 약화시킨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