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전문가들은 무인기가 다시 북한에 들어갈 경우 남북한 사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밤 인민군 총참모부가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들과 중요임무수행 부대들에 사격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12일 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문을 통해 “우리 수도 상공에서 한국의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그순간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는 11일에는 한국 측이 3일, 8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상공에서 찍은 무인기, 살포된 전단 사진 등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 매체의 발표대로라면 “세 차례나 북한 인민군 전선부터 평양까지 방공망이 무인기에 뚫린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수모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또 “북한 주민들이 평양에 뿌려진 전단을 확인한 이상 숨길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며 북한이 “이 사안을 대남 적개심 고취, 체제결속 도모의 계기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평양의 심장부가 뚫렸다는 게 가장 큰 충격이죠. 격추도 못 시켰고 이 모든 것은 정치, 안보, 김정은 최고 존엄 모든 문제에 다 걸리거든요.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유일영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지도자의 위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최고 수준의 반격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북한이 구두 경고 이상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무인기를 향한 북한의 조준사격과, 이후 남북 간 확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고, “북한으로서는 군사적 충돌 시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하려는 대비책까지 계산에 넣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한국 정부를 향해 “대화가 전무한 상황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외교를 복원시키고, 상황 관리에 보다 적극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언했습니다.
[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이 군사적 대응의 1차적 수단은 포병을 통해서 포 사격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그 이상의 도발을 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합니다. 상황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우발적인 충돌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1차적으로는 상황을 통제하고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무인기가 평양에 다시 나타날 경우에는 북한이 군사적 대응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무인기는 국제법 뿐만 아니라 국내법에도 저촉될 여지가 있다”며 “한국 정부로서는 우선 무인기가 북한으로 가지 못하도록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무인기는 동력이 달려있고 명백하게 조정 가능한 것이고 그러면 여러 가지 법의 조항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것이죠. 한국 내 민간단체에서 올려보내고 있는 것이라면 그러지 못하도록 일단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한국의 민간에서 평양까지 보낼 무인기를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조상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교수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매체가 공개한 무인기를 “고정익 방식의 무인기”로 바라보면서도, 민간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얼마든지 민간도 고정익 무인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교수는 또 서해 쪽에서 무인기를 띄워 북쪽으로 날려보낼 경우 한국, 북한의 탐지망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 조상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교수] 보이지 않는 생산 공급망을 통해서, 충분히 기술이 보편화되어있기 때문에, 목적성을 갖고 한다면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반면 김형석 한국대드론산업협회(KADIA) 센터장은 14일 북한 매체가 공개한 무인기가 “고정익 무인기”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부 당국의 승인 없이 민간은 시험 비행도 할 수 없다”며 가능성을 낮게 바라봤습니다.
그러면서 김 센터장은 “전단을 뿌리는 무인기 모습이 사진에 찍힐 정도면 속도 100km 이하의 비행일텐데 북한 군에 의해 격추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며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 김형석 한국대드론산업협회(KADIA) 센터장] 제가 보기에는 100km 이하 정도의 느린 속도라고 추정이 됩니다. 격추해서 그 잔해를 보여주면 더 쉽게 한국이 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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