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증언이 대다수 증거 능력이 없다고 미국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해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미국 터프츠대 이성윤 교수는 사건에 가담한 크리스토퍼 안 씨의 나머지 혐의에도 이 사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이 2019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에 대한 당시 북한 외교관들의 진술 대다수가 증거 능력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해당 사건에 가담했던 크리스토퍼 안 씨에 대한 심리가 지난 25일 열린 이후,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최근 법원 결정문을 통해 당시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진술이 북한 외교관의 통역으로 이루어진 강압의 산물로 적법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북한 대사관 직원들 증언 대부분은 범행 당시 스페인에서 공인된 유일한 북한 외교관이었던 서윤석(So Yun Sok) 경제참사의 통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또 이날 결정문을 통해 해당 사건에 가담한 크리스토퍼 안 씨에 대해 '폭력과 위협을 수반한 강도' 혐의를 기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가 "이윤을 목적으로 재산을 취했다는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지 않았다"며 강도 혐의로 안 씨의 신병인도를 요구한 검찰의 요청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크리스토퍼 안 씨의 강도 혐의가 기각되면서 나머지 주거침입, 불법감금, 협박, 상해, 조직범죄 등 총 5가지 혐의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안 씨에 대한 송환 심리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외교관 대다수의 증언이 증거 능력을 상실하면서 안 씨의 나머지 혐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북한 사람들의 증언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기각시킨 판사의 결정이 대단히 큰 수확이었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 날 심리에서 판사의 결정의 중요성은 다른 5가지 혐의에도 대다수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불법감금이나 협박 등 혐의도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일방적 주장에 따른 것으로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다만 당시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렸던 북한대사관 소속 여성은 다른 북한 외교관이 없는 상황에서 구글 번역기, 즉 인터넷을 통한 번역기를 이용해 스페인 현지 경찰에 신고해 해당 내용은 법원의 고려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성윤 교수는 또 크리스토퍼 안 씨에 대한 6가지 혐의 중 가장 처벌이 엄한 조직범죄 역시 안 씨 변호인 측이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자유조선은 범죄 조직이 아니며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은 일시적 사건일 뿐 지속적으로 범죄에 가담한 조직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의 혐의 외에도 범죄인 인도에 대한 인도주의적 예외가 존재하는지 또 이를 이번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 등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검찰 측은 판례 등에 따라 인도적 이유로 신병 인도를 거부하는 것은 유일하게 미국 국무장관의 권한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연방법원이 인도적 이유로 신병 인도를 거부한 판례는 없으며 국무장관이 인도적 이유로 신병 인도를 거부한 사례도 매우 드뭅니다.
다만 안 씨 변호인 측은 지금까지 판례 중 북한이 연루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안 씨 송환 여부는 예외적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성윤 교수 역시 이 사실을 심리에서 증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미국에서도 조금 위험이 있지만 미국을 벗어나면 스페인에 가든 프랑스, 영국 어디를 가든 (북한은) 그런데서 다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크리스토퍼 안을 암살할 거다, 저는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안 씨 변호인 측은 또 연방 법원은 신병 인도시 해당 국가에서 가혹한 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이 개입해 신병 인도를 부인할 수도 있다는 1960년도 판례 구절을 인용해 안 씨 역시 송환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검찰 측은 이외에도 미국이 안 씨의 신병 인도를 거부할 시 스페인과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안 씨 변호인 측은 마찰 가능성을 고려해 미 국무장관이 아닌 법원 차원에서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심리 당시, 미국 정부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상황에서 국무부가 안 씨 개인의 인도적 사안을 고려할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교수는 다음주 중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신병 인도 승인시 안 씨가 항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병 인도가 승인되면 안 씨는 도주 위험에 따라 구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안 씨는 현재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으며 대사관 습격 사건은 북한 외교관의 요청에 따라 이들의 망명을 돕기 위한 위장 납치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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