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특별대표 임명은 적극적 외교관여 신호”

지난 2018년 6월 1차 미북정상회담 하루전 북한측 대표들과 실무그룹 회담을 하고 있는 성 김 당시 미국 대사.
지난 2018년 6월 1차 미북정상회담 하루전 북한측 대표들과 실무그룹 회담을 하고 있는 성 김 당시 미국 대사.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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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은 향후 미국이 적극적인 대북 외교적 관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일부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매튜 하 연구원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만을 전담하는 관리를 지명하는 등 미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 연구원: 이번 임명은 미국이 향후 대북정책 공조와 관련해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This appointment also strengthens the comments President Biden made in noting that Washington will remain in close consultation with South Korea regarding the future of North Korea policy coordination.)

하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을 줄이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들을 통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미국과 긴밀한 협력 속에 남북관계 증진을 촉진해 미북 대화의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미국이 외교적 노력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어느정도 북한에 양보를 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하 연구원은 북한이 아무런 호의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이 김정은 총비서를 대화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해 불필요한 양보를 제공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한미 양국이 양보에 나서면 북한이 협상에 복귀할 순 있겠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핵을 제대로 포기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양보를 얻기 위해 협상 그 자체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Providing concessions indeed may reopen negotiations, but if Kim still refuses to relinquish his nuclear capability, his regime will continue only to exploit talks to gain even more concessions without any reciprocity.)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 관계가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성 김 대사가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됐다고 발표한 것 외에는 별로 새로운 소식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성 김 대사는 전문 외교관이며 국무부에서 북한 관련 지식이 가장 풍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를 선택한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문제에 있어 매우 진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엄 선임연구원은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에 대해 새로운 내용을 공유하지 않은 점은 그리 놀랍지 않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비판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그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완전화 비핵화' 또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라는 용어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It is important to note that the two sides agreed to pursue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rather than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or the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 of North Korea.")

이어 그는 이러한 표현들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비현실적일 수 있다는 점을 나타냄으로써, 바이든 행정부가 선호하는 실용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어떠한 큰 도약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밝혔습니다. (I don't think we should expect to see any great leaps made toward a dialogue with the North Koreans.)

특히 김 연구원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어 매우 큰 실망거리라고 지적했습니다. (The US appears to be maintaining its position on complete denuclearization. Needless to say, this is a disappointment for President Moon.)

한편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과 한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정상회담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두 동맹국이 지난 4년간의 긴장 관계 후에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을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같이 헤쳐나갈지 논의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