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회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원해서 진출한다는 북한의 청년들, 알고 보니 이들 중 상당 인원은 식량난으로 가정이 해체돼 갈 곳이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몇 년간 북한 당국은 사회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원 진출하는 청년들을 대대적으로 선전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엔 가정이 있을 법한 사람들도 보여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청년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0일 “자원 진출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 인원은 식량난으로 이미 가정이 해체되어 오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원 진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청년동맹’에 가입하는 14세 이상부터 35세 이하의 학생들과 주민들을 청년계층으로 분류하는데 사회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원 진출할 경우 군사 복무가 허용되는 17세부터 35세 이하 나이의 청년들만 가능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원 진출한다고 해서 아무나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운이 좋고 주변 간부들을 잘 만나야 한다”며 “지난 14일, 혜산시 대봉광산으로 자원 진출한 양강도 중소탄광연합기업소 노동자 박경수의 사례가 그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소개했습니다.
“양강도 중소탄광연합기업소 기술준비실에서 용접기능공으로 일하던 박경수는 슬하에 어린 두 딸을 가진 아버지”라며 “아내가 자동차 다이야(타이어) 장사를 하던 2019년까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끼니를 굶지 않으며 직장 생활을 해 온 평범한 노동자였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폐결핵을 앓기 시작한 2020년부터 가정은 내리막 길을 걸었다”며 “아내의 병수발도 어려운데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장사밑천으로 겨우 목숨을 유지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겨울, 아내가 사망하자 식량을 구하기 위해 집까지 팔아 버린 박경수는 어린 두 딸과 함께 중소탄광연합기업소에서용접공 일을 계속하면서 경비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며 “경비실에서 잠을 잘 수는 있었지만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어 더 이상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기업소 당위원회와 마산동 분주소(파출소)에서 아버지인 박경수를 자원 탄원한 것으로 만들어 혜산시 대봉광산에 보냈다”며 “이 과정에서 어린 두 딸은 고아양육시설인 혜산육아원에 보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박경수와 그의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2일 “박경수가 대봉광산에 자원 진출을 하게 된 건 큰 행운”이라며 “대봉광산은 혜산육아원과 60리 가량 떨어져 있어 명절이나 휴식 일엔 어린 자식들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원진출자들은 멀리 세포축산기지나 함경남도의 광명제염소(염전), 안주지구 탄광에 보내져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데 박경수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혜산시 광산에 가게 되었다”며 “자원진출자들은 상당수가 고아이거나 박경수처럼 가정이 해체된 사람들”이라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올해만 해도 양강도에서 47명의 청년들이 사회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원 진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들 중 20명은 고아 양육 시설인 혜산중등학원 졸업생들이고, 17명은 먹을 것이 없어 가정이 해체된 여성과 남성들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가정이 해체되더라도 자원 진출을 할 수 있으면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먹을 것이 없어 가정이 해체될 정도가 되면 아무리 젊은 나이라 해도 영양실조로 일을 할 형편이 못되기 때문에 자원 진출자 명단에 이름조차 올릴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박경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가정이 해체된 데 대해 씁쓸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면서 “가정이 유지되면 굶어 죽어야 하고, 가정이 해체되면 자원 진출자, 고아로 목숨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