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주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양극화된 한국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정치적으로 비방, 억압하는' 행태가 북한 문제에도 투영돼 나타나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 제재전문가로 꼽히는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1일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한반도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은 민주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진보와 보수로 사회가 양극화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가 집권 정권의 대북정책과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목소리를 억압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탈북민들이 한국 정부와 기부단체로부터 북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도 최근 친북단체가 인터넷 사회 연결망 서비스중 하나인 페이스북에 올린 협박으로 인해 연설 일정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2016년 한국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미국의 북한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웹사이트인 ‘노스코리아테크’가 친북 성향이라는 이유로 접속차단 조치를 했으나 한국 법원에 의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은 사례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외교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비롯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심각한 인권유린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 현재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국가적 과제는 북한의 독재정권이 수십년에 걸쳐 북한 주민들에게 저지른 참을 수 없고 엄청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를 다루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많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북한 인권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다룰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열린 정부, 그리고 진정으로 자유가 보장된 정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실험 시설 폐기는 북한이 작년 9월 3일 매우 강력한 수소폭탄 실험을 이미 단행해 더이상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만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믿을 만한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대신 북한이 인구 대비 규모가 지나치게 큰 군대를 축소하고 강제수용소(gulag)를 폐쇄하며 정치범들을 모두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미국 매체의 한국어 방송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노력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