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군 전투준비 점검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사시 건설에 동원된 부대들을 즉각 무장시켜 전쟁에 나설 수 있도록 전투지휘체계를 혁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달 6일 인민군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기지를 시작으로 24일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 탱크 사단’ 시찰까지, 김정은 위원장은 보름 남짓한 사이에 여러 인민군 부대와 군수기지들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전반적인 전투준비 태세를 긴급 점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부대와 떨어져 있는 군인들도 유사시 즉각 무장을 하고 전투에 나설 수 있게 전투지휘체계를 혁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복수의 군 관련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군 관련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주요 건설에 동원되거나 부대의 사정으로 장기간 주둔지를 벗어나 생활하는 인원을 구체적으로 보고하라는 인민군총참모부 작전총국 명령이 3월 18일 인민군 각 군단과 사단, 직속 구분대들에 하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명령은 최근 인민군 부대들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이 내린 지시 때문”이라며 “부대의 60% 이상이 건설에 동원돼 갑작스런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정상적인 작전이 어렵다는 한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충격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각종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이 부대로 복귀하기 어렵고, 현지에서 무기와 장비를 보급받을 수도 없다는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즉각 인민군의 전투지휘체계를 혁신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에게 이런 보고를 한 현장 지휘관은 105 탱크 사단 사단장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히 확인된 사실은 아니”라며 “지난 6일부터 24일까지 인민군 전투 준비태세 긴급 점검 과정에서 김정은과 가장 많이 마주한 현장 지휘관은 105 탱크 사단 사단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군 관련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3일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인민군총참모부가 야전 군부대들의 전투지휘체계 개편작업에 착수했다”며 “건설에 동원된 부대들이 유사시 현지에서 즉각 무기와 장비를 보급받도록 개편이 이루어진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인민군 군부대들의 절반 이상이 각종 건설에 동원돼 있으나 유사시 건설에 동원된 부대들의 명령지휘체계, 무기공급체계가 구체화되지 못했다”면서 “휴가를 받고 부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군인들에 대한 유사시 명령지휘체계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러한 실태를 보고받은 김정은이 최근 조성된 현실에 맞게 인민군의 전투 지휘체계를 전면 개편할 데 대해 지시했다”며 “유사시 현지에서 무기와 장비를 지급받아 현지 방어를 책임진 군단의 명령과 지휘를 따르도록 하라는 것이 김정은의 지시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앞으로 부대와 멀리 떨어져 부업지에서 생활하는 군인들과 휴가를 받고 집으로 간 군인들도 유사시 가까운 군부대에 편입되게 된다”며 “이에 따라 부업지에서 생활하거나 휴가를 받고 귀가한 군인들은 해당 지역 군사동원부에 매주 일정을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군은 각 대대, 여단, 사단, 군단이 각각의 주둔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부업지에 콩과 감자와 같은 부식물을 심고 염소, 양, 토끼를 기르고 농사도 짓습니다. 또한 군단들은 부업선으로 물고기를 잡아 병사들을 먹입니다. 그러므로 부업지에서 일하는 인원들은 유사시 부대로 신속하게 복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부업지 군인들은 유사시 현지의 부대들의 명령을 따르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어 소식통은 “말은 쉽지만 현실에 맞게 전투 지휘체계를 개편한다는 것이 간단치 않다”며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에게 어떻게 무기 장비를 제공하고 그들이 소속된 부대의 방어 공백은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를 놓고 총참모부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는 건설에 동원된 부대의 무기와 장비를 해당 부대가 소속된 사단, 군단에서 보관하고 관리해 왔다”며 “그런데 유사시 건설에 동원된 부대들에 현지에서 무기와 장비를 즉각 공급하려면 그들이 일하는 건설 현장으로 무기와 장비를 옮겨야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동보총(소총)과 같은 무기는 군인들이 일하는 현장으로 옮길 수 있지만 탱크와 같은 장비는 군인들이 일하는 현장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금처럼 군인들을 건설에 동원하면 전투 지휘체계를 아무리 개편한다고 해도 결국 전쟁을 치 수 없다는 것이 인민군총참모부의 고민”이라고 소식통은 털어놓았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