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 간부들에 병사 먹일 개고기 제공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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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군 당국이 '병사의 날'이란 것을 조직하고 병사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군간부들에게 개고기를 바칠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군 간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군 관련 소식통은 27일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삼복더위철에 '병사의 날'을 조직할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되었다"면서 "지시에 따르면 모든 군 간부들은 2명씩 조를 짜서 '병사의 날'에 병사들에게 단고기(개고기)를 먹이기 위해 한 개 조당 개 한 마리를 무조건 바치라는 것이어서 간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인민군대는 총사령관(김정은)의 방침에 따라 해마다 동계훈련과 하계훈련 기간 중이나 여름철 삼복더위에 '병사의 날'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데 병사의 날 날짜는 각 부대의 사정에 따라 한 달 안에 특정일을 병사의 날로 각각 지정해 병사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하는 연례행사"라면서 "그런데 올해에는 병사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단고기를 먹여야 한다면서 무조건 개를 잡아 바치도록 강요하고 있어 군 간부들이 곤경에 처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특별한 권한도 없고 뇌물도 챙기지 못하는 힘없는 군 간부들의 경우, 집에서 개를 키우지 않는 조건에서 단고기를 바치려면 부득이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 형편"이라면서 "그렇다고 돈이 없다는 구실로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사령관(김정은)의 지시 집행 태만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비판 무대에 올라야 하는 형편이라 단고기 마련을 위해 빚을 내러 다니는 군 간부들도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작년까지는 '병사의 날'에 색다른 반찬을 비롯해 음식을 성의껏 준비해서 병사들의 하루 식사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도 군 간부들과 가족들의 부담이 많았는데 올해는 개까지 잡아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군 간부들도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가족들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라 군 당국의 내리먹이기식 지시에 군 간부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군관련 소식통은 같은 날 "인민군 총정치국의 지시에 따라 군 간부들이 '병사의 날'을 위해 개를 잡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장마당 단고기장사꾼들이 단고기 값을 대폭 올려서 받고 있다"면서 "기존에 킬로그램당 내화 15,000원 하던 단고기가 20,000원으로 올랐고 개 한 마리 값은 20만원이상으로 올라 군 간부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8군단에서도 '병사의 날' 운영을 위한 총정치국 지시 집행을 위해 매일같이 간부들을 들볶고 있다"면서 "며칠 전에는 8군단산하 한 부대의 초기복무사관(부사관과 동일)이 '병사의 날'을 위해 바칠 개를 구입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처가집에서 마련한 콩을 배낭에 지고 달리는 기차에 오르려다 배낭의 무게를 못 이겨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총정치국에서는 아래 단위 부대들의 실정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총사령관에 잘 보이기 위해 산하 부대 간부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 같은 총정치국의 행태를 두고 간부들은 인민의 군대가 과연 누구를 위한 군대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