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관리들 “김정은, 정권종식 우려 핵전쟁 감행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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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 전직 관리들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정권 종식을 우려해 '핵전쟁'을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반도 긴장고조의 원인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이지 이런 북한에 대응해 억제력을 강화하는 한국과 미국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5일 시정연설에서 헌법을 개정해 한국을 제1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한국을 완전 점령ˑ평정ˑ수복하겠다는 강경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면서 "이는 한국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을 균열시키기 위한 정치 도발 행위로 한국 국민과 정부는 하나가 돼 북한 정권의 기만 전술과 선전, 선동을 물리쳐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북한 정권과 한국 윤석열 정부 둘 다 비판하면서 한국 정부에 대북 적대적 강경정책을 전환해 먼저 대화의 문을 열어 평화 만들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지난 11일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미국이 비핵화보다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 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총비서의 최근 강경 발언들은 한국 윤 정부와 일부 북한 전문가들을 지나치게 불안하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발언들을 통해 불안정과 의심을 심어 한국 내부 및 한미 동맹 간 분열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그렇게 되도록 허용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이라고 랩슨 전 대사 대리는 강조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분석관도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한국 및 미국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북한은 역사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킨 후 그 원인을 한국 혹은 미국 탓으로 돌려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한미 내부에서 긴장 완화를 위해 무기력하게 '북한과 관여하자',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대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게 하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 : 문제는 이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대화 관여를 원하지 않는 쪽은 북한입니다.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북한입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보는 한국 야당의 주장에 유감이라며 윤 대통령과 미국 대북정책의 강경대응 입장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따른 결과지 원인이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도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총비서의 최근 강경발언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그동안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역시 관여 재개를 요청하는 미국과 한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는 북한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런 북한에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게 세이모어 전 조정관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핵전쟁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김정은은 정권 종식으로 이어질 갈등을 시작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은 안일하게 있어서는 안되고 핵전쟁을 막을 수 있도록 강력한 억제를 유지해야 합니다.

랩슨 전 대사 대리도 북한이 최근 전략무기 프로그램에 진전이 있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의 군사행동에 압도적으로 대응할 한미 동맹의 재래식 및 핵무기 역량을 잘 알고 있기에 정권 생존을 위해 핵전쟁을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억제태세가 지난 7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방벽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 방벽에 대한 신뢰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도 지난해 6월 미국 국가정보국(DNI) 소속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공개한 '북한: 2030년까지 핵무기를 활용하는 시나리오'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지지하고, 미국이 한국 방어에 대한 공약을 지키지 않으며, 한국이 초반에 항복할 거 같을 때 북한이 핵전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핵전쟁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김정은 총비서가 한국을 제1적대국으로 규정한 것은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등으로 북한 젊은층 사이에서 커져가는 한국에 대한 호감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 북한 젊은 세대에서 증가하는 한국에 대한 호감이 정권 생존의 이념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는 겁니다. 한국 비디오, 음악, 머리스타일, 말씨 등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 모든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은 적이지 동족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죠.

한편, 빅터 차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6일 동 연구소가 주최한 올해 아시안태평양 전망을 다룬 회의에서 올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되면 트럼프는 북한이 미 본토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상민 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