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김정은 신년사… “핵 포기 의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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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가 한국,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신년사가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북관계 진전, 한반도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미연합 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 현재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원하는 바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특히 미북관계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사용하거나 시험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이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유엔 결의 등을 통해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핵 프로그램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이나 실험 외에도 핵 보유(possess)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데 북한이 이미 가지고 있는 핵이나 미사일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미국이 의미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전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맥스웰 연구원 : 북한은 계속해서 핵 프로그램을 보유할 것입니다. 핵을 포기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말은 결국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이 핵개발에 따른 제재를 거의 받지 않고 핵확산금지조약(NPT)도 서명하지 않은 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파키스탄의 전례를 따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역시 1일 P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심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준다면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1차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아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초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쪽 모두 회담을 바라고 있는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상회담 전 실무회담을 개최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상위에서 하위로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서로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이 대북제재와 압박을 계속 가할 경우 ‘새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한 데 대해 클링너 연구원은 핵 · 미사일 실험으로 돌아가겠다는 위협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대북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북한의 요구사항을 협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논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북한이 물리적 갈등보다는 외교적 방법을 취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클링너 연구원 : 이 말을 북한이 다시 핵실험으로 돌아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외교적인 전술로 봐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미북 간 협상이 실패했다고 보고 협상장을 떠나는 것보다 외교적인 수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올해 미북 고위급 회담이나 정상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양국이 비핵화에 대한 접점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