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기 증가,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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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이 핵물질과 핵무기 생산을 계속한다면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3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북한 비핵화 관련 토론회.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북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핵물질 생산을 계속해 핵무기의 수를 늘려나가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양이 증가할수록 한국이 직면할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핵무기 수량 확대의 핵심은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결국 시간 싸움이 돼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이 가장 시간에 쫓기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핵무기 수량 증가가 ICBM이 아닌 단기 전술핵 쪽으로 진행된다면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실어 미국으로 날려 보낼 수 있는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없이 핵무기의 양만 늘려 간다면 결국 한국이 표적이 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 당사국이자 북한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원자력 강국인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초반부터 참여해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소의 황용수 박사는 북한의 핵무기 제조기술이 한국을 상당히 앞선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라늄 채굴을 비롯한 핵무기 제조 전 과정에 걸쳐 지난 1980년대부터 풍부한 경험을 통해 습득한 비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 북한은 이미 1980년대부터 주요 시설을 건설해왔기 때문에 국가적인 핵개발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있습니다. 시작은 한국이 빨랐지만 북한은 핵개발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은 굉장히 안정적인 단계에 진입해 있습니다.

황 박사는 북한의 핵무기 제조 관련 기술 자체가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관련 경험은 가장 앞서 있는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핵무기 제조 관련 시설이 노후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용 기술을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뿐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황 박사는 북한이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광산과 공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우라늄 채굴 등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공개 여부가 향후 미북 비핵화 대화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 북한 내 핵 관련 시설에 종사하는 인력이 3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며 비핵화 단계 이후에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단계적 해법’을 수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국제사회가 과거 북핵 대화에서 이미 단계적 해법을 써 왔지만 북한은 결국 모든 약속을 파기하고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겁니다.

또 단계적 해법으로는 협상 초기에 비핵화의 최종 단계 내용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만큼 한미가 이른바 ‘북한의 선의’에 끌려 다니게 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 어떤 핵보유국이 선의로 핵을 포기하겠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핵군축 회담일 뿐이지 어떻게 비핵화 회담이 되겠는가 하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습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이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전략무기 개발 재개를 선언했지만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까지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김 전 차관의 의견에 동의하며 북한이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를 거부하는 이상 협상 진전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임 실장은 미북, 남북 간에 비핵화의 정의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향후 비핵화 대화가 진전되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냉각기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며 당사국 간 주요 개념 정의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