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중 군비경쟁 활용해 핵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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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과 중국 간의 군비경쟁 때문에 북한은 무력도발을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제지당하지 않고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통자우(Tong Zhao) 선임연구원은 30일에 열린 미국과 중국 간 미사일방어 협력 가능성에 대한 화상회의에서 미중 양국은 상호 군비확충 의도를 알 수 없어 군비를 서로 증강하는 이른바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자우 선임연구원은 가령,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와 역내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 중인 미사일방어 체계가 중국 측에는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6년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할 때 중국이 강력히 반발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게 통자우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했다고 하지만 중국은 사드의 레이더 기능 때문에 이를 중국의 전략적 억지력에 위협이 된다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통자우 연구원은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중 간의 안보딜레마로 인한 군비 경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자우 선임연구원: 미중 간 군비경쟁으로 인한 서로에 대한 경계 때문에 북한은 군사도발을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집단적 처벌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이 미중 양국 간 이러한 틈새를 활용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다시 미중 간 안보딜레마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드처럼 북한 미사일을 겨냥한 미국의 조치가 중국 측에는 자국에 대한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인식돼 결국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악화되는 초래를 가져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반면, 이날 화상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한 오리아나 마스트로(Oriana Mastro) 조지타운대 부교수는 미국 본토 내 미사일 방어체계는 중국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것으로 중국이 오해할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스트로 부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미국 본토에 배치된 지상요격기 수가 몇기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 본토에는 44기의 지상요격기가 배치되어 있다며 중국이 보유한 수백 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공격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런 점에서 미국 본토 미사일 방어체계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마스트로 부교수의 주장입니다.

이와관련해 미셀 플러노이(Michele Flournoy)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 1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발사미사일 수가 제한되어 있어 현재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중국의 경우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 전략, 즉 한쪽이 선제적으로 미사일을 쏠 경우 보복 공격으로 상호파괴를 확증해 실제 공격을 억지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테런스 오샤너시(Terrence O'Shaughnessy) 북부 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지난해 2월 미국의 지상배치 미사일방어체계는 러시아나 중국의 미사일이 아닌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