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보유국 용인 ‘핵 동결’은 용납 안돼”

사진은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장면.
사진은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장면. (ASSOCIATED P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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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과 북한은 향후 수주 내로 시작될 미북 비핵화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에 합의해야 한다고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과거 영변 핵시설 사찰을 주도했던 미국의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달 3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무장지대 깜짝 회동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실무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무급(technical level)에서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 즉 이정표에 합의하는 북핵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한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이어 향후 협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도 초기에 완전한 신고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며 이 같이 지적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향후 북한의 핵 생산을 동결시키고, 미국은 제재 일부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보도와 관련해 북한의 핵 동결을 비핵화 과정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미국은 북핵 동결이 핵무기생산 시설의 폐기와 북한이 보유한 핵 물질과 핵무기 폐기 그리고 미사일과 생산기지를 제거하는 단계로 이어지도록 협상에 나서는 한편 초기에 너무 많은 레버리지 즉 협상의 지렛대를 포기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그는 제언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수석대표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동결을 최종 목표로 하는 핵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힐 전 대표 : 비핵화 과정이라는 맥락에서 동결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사실상 핵 국가로 인정하는 핵(de facto acceptance of them) 동결 합의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싱가포르, 하노이, 비무장지대에서의 미북 정상 간 만남이나 친서 교환도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그거야 말로 북한이 원하는 바이니까요.

비핀 나랑(Vipin Narang)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도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핵 동결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랑 교수 : 먼저 동결에 합의한 후 진행 상황을 보자는 겁니다. 싱가포르 합의에서 밝혔듯,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면서 다음 단계로 간다는 것이지요.

나랑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동시적·병행적 비핵화라는 유연성 있는 태도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경입장이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이 향후 실무협상에서 어떤 쪽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협상의 성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비무장지대 회동이 비핵화 대화의 진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My position is that I have seen no evidence that either Washington or Pyongyang has changed its position since Hanoi.)

이번 회동과 관련해 그는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보였던 입장의 간극이 여전히 크게 남아 있고, 향후 수 차례의 실무협상을 거쳐 미북이 어떻게 입장을 조율(compromise) 하느냐에 따라 비핵화 대화의 진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