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방한시 대북정책 공유해야…대북관여·검증 중요”

0:00 / 0:00

앵커: 미국 국무·국방장관이 내주 첫 해외순방으로 한국을 전격 방문하는 가운데, 이르면 다음달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관여 및 합의 검증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지에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오는 17~18일 한국을 방문해 한미 외교·국방 2+2 회담을 개최하고 양자 및 국제적으로 중요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미국 국무부가 10일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해외순방에 나서는 두 장관은 한국 방문에 앞서 16~17일 일본도 방문해 미일 외교·국방 2+2 회의를 개최하고 다양한 양자 및 국제 현안을 논의하게 됩니다.

특히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한국, 일본 등 역내 동맹국과 긴밀히 조율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만큼, 이번 순방을 통해 한일 양국과 대북 접근법 등 북한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앞서 9일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현재 고도로 진지한 대북전략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고 다음달쯤(within the next month or so)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습니다.

Pentagon_Austin.jpg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이 당국자는 대북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으면서도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미국 관리들이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대북외교에 개입했던 이들이라며 "우리가 기대하는 것들은 매우 많은 부분이 아마도 과거 경험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최근 시기의 흥미로운 역학관계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우리는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탐색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관여 강화 및 합의이행에 대한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이 다음주 한미 외교·국방 2+2 회담을 계기로 현재 검토중인 대북정책 초안(preliminary view)을 한국과 공유하고 한국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더 강력한 대북정책을 만들고 동맹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미동맹의 강력한 대북억지를 기반으로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원칙에 입각한 외교의 일부분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협상 과정에 들어가면서 상대방이 뭔가를 내놓으면 자신도 뭔가를 주는 '행동 대 행동', 단계적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북한과의 합의에 있어 가장 중요하지만 어려운 것이 검증이라며, 과거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12년 2·29 윤일합의 등을 포함한 모든 과거 합의들은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검증체계 측면에선 실패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장관실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Frank Aum)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이 선호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재개토록 강압하기 위해 조심스럽고 압박을 쓰는 접근법으로 돌아갈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대북 관여를 강화했을 때 미북관계 및 전반적인 우리의 안보가 향상됐다는 점을 바이든 행정부가 인식하길 희망한다"며 구체적인 예로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들었습니다.

제네바 합의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를 8년 동안 동결했다며, 이 합의가 없었다면 북한은 핵무기 100개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했을 것이란 겁니다.

이와 반대로 지난 2012~2018년은 미북 간 관여가 없었던 가장 긴 시기이자 동맹국 군사력 강화의 시기로, 이 기간 북한은 4차례의 핵실험과 80번 이상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핵무기 프로그램에 가장 큰 진전을 이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