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변화없이 협상 어려워…동맹국 안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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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여년 전에 이뤄졌던 남북미중 4자 평화회담을 돌이켜 볼 때, 북한의 입장 변화 없이는 어떠한 형태이든 성공적인 협상은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는 17일, '한반도 4자 평화회담의 교훈(Lessons from the Four Party Peace Talks on the Korean Peninsula)'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국무부 정보조사국 북한 분석관을 역임한 로버트 칼린(Robert Carlin)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4자 평화회담은 결국 실패한 협상이었다며, 비슷한 형태의 다자간 협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칼린 연구원: 4 자 회담은 (진전될)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무데도 갈 수 없었고, 견인력도 얻지 못했고, 그리고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와서 4자 평화회담을 여러가지 사안에 대한 북한과의 양자간 대화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하지만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그것 역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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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평화연구소가 마련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4자평화회담의 교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토론회 영상 캡쳐


반면, 필립 윤(Philip Yun) 전 국무부 대북정책 자문관은 결국에 가서는 실패할지라도 "가설을 실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대화와 협상은 양자건 다자건 많이 할수록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전 자문관: 다자간 회담이 많을수록 적어도 미국은 한국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게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미국도 일하는게 더 쉬워질 것이며,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가운데,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는 김정은 총비서는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동맹국의 안전을 위해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4 자 회담이든 어떤 형태든 북한과 대화하는 것도 괜찮지만 그것이 북한의 비핵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겁니다. 여기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 동맹국과 우방국의 안전과 안보입니다.

4자 평화회담은, 지난 1975년 9월 22일 제30차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이 빈번하게 자행되자 당시 김영삼 한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996년 4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한 및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제의했습니다.

결국, 1997년 12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1차 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미북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1999년 8월 6차 회담을 끝으로 4자 평화회담은 종료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