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임기가 50여 일 남은 가운데 한국 내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북 및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핵무력 증강 및 도발, 북한인권문제 등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 한미동맹이 약화됐다는 점 등에 대해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일 한국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5년 간의 국정운영 성과를 담은 온라인 백서, ‘문재인 정부 국민보고’를 공개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50대 핵심과제를 추려 그 추진결과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 가운데 대북정책 분야와 관련한 성과도 내놨습니다. 청와대는 한국 정부가 미북 정상회담을 견인하고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낸 점에 대해 “새로운 평화시대를 열어가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습니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로 9.19군사합의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군사합의 이후 일부 위반사례가 있었지만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노력이 정상이행 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동력을 얻게 됐다는 점도 강조하며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고도 자평했습니다. 종전선언의 제안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습니다.
미북·남북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 성과이자 한계
한국 내 전문가들도 문재인 정부가 두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견인하고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 자체에 대해 큰 성과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북한 문제를 외교와 대화로 해결하려 했고 실제 여러 차례 회담이 열린 것은 큰 진전이었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상회담 및 남북합의가 이뤄졌음에도 그 성과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큰 한계로 평가됩니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에 몰두하다 보니 대북 원칙론이 무너지고 이에 따라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방치하게 됐다는 겁니다. 또한 북한의 여러 도발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정상회담도 그렇고 남북 간 군사적으로 충돌하지 말자고 합의하는 것은 좋은 겁니다. 그런데 제대로 이행이 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은 이행하려하는데 북한은 하지 않고 한국이 명백한 도발에 대해서도 도발이라 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한계였고 비판을 받는 측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북한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대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지난 2020년 6월 판문점선언에 따라 개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개소 21개월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립과 운영에는 한국 국민들의 세금 약 170억 원, 즉 1400만 달러 가량이 투입된 바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같은 해 9월 서해에서 한국 공무원을 사살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유감을 표명했으나 재발방지 및 후속 대책 마련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점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정말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유감 표명한 것 이외에 어떤 조치가 있었습니까?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서 대북정책 기조를 세웠다면 좋았을텐데요. 한국의 국격, 또 국민들에게는 자부심이란게 있지 않습니까.
9.19 군사합의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라는 취지가 이미 훼손된 지 오래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장 군사적 충돌만 피했을 뿐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는 겁니다. 오히려 군사합의를 통해 북한을 감시해야 하는 한국 측 정보자산 활용에 제약이 생기면서 안보의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입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당분간 무력 충돌을 하지 않도록 하는데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대한민국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무지막지한 무기들을 계속 만들도록 방치한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남북관계가 훨씬 위험해졌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상처를 치유하지 않은 채 덮어놓고 환자를 주사로 몇시간 동안만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한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남북관계 개선 집중 및 미중 균형 외교로 한미동맹 균열 야기”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및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를 추진하면서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미중 간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중전략에 적극 협조하지 않아 보이지 않는 균열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행보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란 평가입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견제에 좀 더 전향적으로 협력해주기를 원하는 것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균형을 잡으려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다보니 한미 간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듭니다. 단기적으로 한국 정부가 계속 균형 외교를 펼쳐도 한미동맹은 여전하겠지만 이런 정책이 지속되면 중장기적으론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옵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승하거나,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외교적 공간을 누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는 한미가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또 규모를 대폭 축소한 조치가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류 전 대사는 “연례적인 방어 훈련을 북한의 압박으로 축소한 것은 북한의 대남전략에 의해 한국 정부가 말려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아래는 각 전문가들의 요지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3 차례 남북 정상회담, 9.19 군사합의들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싫어하는 얘기는 회피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도발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가능하게 된 것이 3차례의 정상회담이고, 9.19 군사합의입니다. 당장은 남북 간에 군사 충돌을 피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실제로 북한이 뒤에서 무슨 행동을 하든 우리는 통제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북한을 들여다봐야 할 정보자산들의 활용도 제약이 생겼고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는 핵 문제에 있어서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같은 소위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걸 덮어두고 종전선언을 추진을 했죠. 그 부작용은 엄청날 수 있습니다. 평화가 온 것으로 한국 국민들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이 공조하고 협력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은 대원칙입니다만, 이와 함께 억제력도 길러야 합니다. 남북 군사합의로 당분간 무력 충돌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북한은 대한민국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무지막지한 무기들을 계속 만들고 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했습니다. 본질적으로는 훨씬 더 남북 관계가 위험해졌는데, 이를 성과로 얘기한다면 환자의 상처는 치유하지 않고 환자에게 주사만 놓고 통증만 느끼지 못하게 한 채 방치한 것과 뭐가 다릅니까.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북협상이 하노이에서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기존 미국의 클린턴 정부 당시부터 추진했던 ‘페리 프로세스’, ‘6자 회담’ 등과 같이 외교 및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점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만 함몰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바이든 정부에서 대북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미중 경쟁 구도라는 국제 정세의 변화에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과거 한미동맹은 북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함이 주 목적이었는데 이제 미국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한미동맹의 전략적 목적으로 몰고 가는 듯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견제에 좀 더 전향적으로 협력해 주기를 원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미중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으려는 모양새입니다. 이러다보니 한미 간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나란 생각을 합니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을 잡고 외교적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은 지나갔고 이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승을 하든지, 아니면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점점 밀릴 각오를 하든지 둘 중에 하나인 상황입니다. 제로섬게임이 돼 버렸단 말이죠. 단기적으로 미중 사이 균형 외교를 하면 한미동맹에 영향은 미미하겠으나 이런 정책이 계속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분명히 한미 동맹의 균열이 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미북 정상회담 견인 자체는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화와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결과물을 가져와야 되는데 그것이 없었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등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정상회담 자체가 엔드 스테이트(End State)는 아니잖아요.
9.19 군사합의는 그 속에 핵 문제, 미사일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현재 남북군사합의의 취지는 이미 훼손돼 있다고 봅니다. 올해 들어 11번째 (도발이) 일어났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걸 지킬 의지가 있었지만 북한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측면이 있고요. 한국 정부는 명백한 도발에 대해 도발이라고 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한계이고 비판을 받는 측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줬습니다. 인권문제, 북핵 등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국제사회가 명백하게 잘못으로 인정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너무 흐릿하게 대처했습니다. 그런 부분이 가장 큰 과오가 아닌가 싶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봅니다. 남북관계를 원칙적으로 다루지 못했어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못하잖습니까. 이는 국격이 훼손되는 문제입니다. 한미연합훈련의 축소도 문제였습니다. 북한의 목적은 한미동맹의 균열입니다. 실제 이런 내용으로 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간의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중단했습니다. 북한의 압박에 한국 정부가 말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격은 뭐가 됩니까. 한국 군인들의 주적 개념도 약화됐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대한 주적 개념이 확실합니다. “남녘 땅을 무력으로 해방하자”란 구호도 활용합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당시 강력한 대응이 이뤄졌어야 합니다. 그런데 유감 표명한 것 이외에는 조치가 없었습니다. 한국 국민들의 세금이 한순간에 날아갔습니다. 서해 한국 공무원 피격사건,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도 문제입니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아니면 누가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넣어줍니까. 전단살포로 접경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으나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대북정보유입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접경 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미북 정상회담입니다. 미북 간의 다리를 놔줬지요. 다만 이는 북한의 필요에 의해 성사된 회담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 시점에서 대북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김정은 당 총비서가 결심을 했기에 이뤄진 것이죠. 미북 정상회담은 남북미 각국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성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