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거 북한과 핵협상에 나섰던 미국의 전직 북핵협상 대표들은 조 바이든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북핵 문제가 현재 미 행정부에 급박한 현안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13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검토가 완료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화상회의에서 새 대북정책에서 흥미로운 것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 새 대북정책을 보면서 뭔가 관심이 가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이전 행정부들 대북정책의 실수와 나쁜 내용들은 피한 것 같긴 한데 새로운 게 없습니다.
이번 새 대북정책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기대했는데 그것을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북관계 정상화나 대북제재 완화 등 좀 더 공격적인 외교를 펼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북한 비핵화나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을텐데 이와 같은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새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면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임명하지 않는 것을 볼 때 바이든 행정부에 북핵문제는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현안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화상회의에 참석한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도 새 대북정책을 보면서 북핵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 급박한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대표: 북핵 문제가 중요하지만 급박한 문제는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급박했던 문제들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은 것과 같은 것입니다.
힐 전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월부터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 측 대응이 없다는 것을 볼 때 북한도 바이든 행정부와 상대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화상회의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및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대북정책과는 다른 제3의 길을 찾은 것으로, 조정되고 실용적인(calibrated, practical) 접근을 취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오바마 행정부 대북정책의 재판(redux)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용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지금 미국과 북한은 교착상태(impasse)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리 연구원: 바이든 외교팀은 북한 문제에 대한 경험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북한과 문제해결의 돌파구(breakthrough)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정책은 북한의 행동을 (현 상태로) 저지(hold)하는 수준으로 고안된 것입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 중국, 코로나, 기후변화, 이란 등의 현안이 우선이라며 말로는 북한 비핵화가 목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 지에 대한 새 구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