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누지 “바이든 새 대북정책에 북 비협조 우려”

0:00 / 0:00

앵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새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끝냈지만 북한이 미국 측의 새로운 접근법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 북한의 부분적 핵 프로그램 해체와 대북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GWU) 한국학연구소와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14일 공동개최한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미국의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최대 압박', '화염과 분노'를 주장했던 트럼프 전 행정부와 '전략적 인내'로 표현되는 오바마 전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중간 지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가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일괄타결(grand bargain)을 지양하면서 단계적(step by step)이고, 행동 대 행동(action to action) 방식의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심사숙고 끝에 나온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실제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자누지 대표: 제가 우려하는 바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내하면서 추구하는 외교적(diplomatic), 점진적(incremental)인 접근법에, 이러한 과학적인 접근법에 북한이 비협조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자누지 대표는 또 미국과 한국이 북핵협상 추진에 대해 다른 시간표를 가지고 있다며, 다음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GW_nk_policy.jpg
조지워싱턴대 한국학 연구소와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14일 공동개최한 화상회의에서 한미 전직 외교관리와 학자들이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화상회의 영상 캡처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연철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미 양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깊어졌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미 관계가 다시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 실무자들의 권한이 더욱 축소됐고,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 상황으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북한 정권이 경제실패 등으로 핵무장을 국내 정치적 성과로 더욱 강조하는 현재 상황을 바이든 행정부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기에 북핵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협상 재개를 위한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지나치게 시간을 두는 것보다 과감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과 협상 재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한미 간 추진 속도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연철 전 장관: 미국에서는 늘 미북관계, 남북관계 속도에 대해 일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제가 봤을 때는 속도 조절이 일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목적은 협상을 성공시키는 데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남북 관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장관은 남북 간 인적 교류, 특히 북한의 코로나 상황 조기 극복을 위한 인도적 협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대북제재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인 한국의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북한에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이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한 것과 같이 부분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 부분적 제재해제를 교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방안을 '하노이 회담에서 나온 쟁점을 다시 풀어가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함께 북한 측에 전달한다면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정철 교수는 이어 내년 2월 열리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북한과 대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며, 그 때까지 북한이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올 8월 한미연합훈련 규모와 내용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오는 21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인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그 해결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