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새 대북특별대표로 발탁된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일단 현직인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겸직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 문제가 미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이든 대통령: 대북외교를 위한 노력들을 이행하기 위해, 오늘 외교관이자 정책 전문가인 성 김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발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깜짝 발표입니다.
당시에는 인도네시아 대사를 맡고 있던 성 김이 대사직을 관두고 대북특별대표를 전담하게 될지, 두 직책을 겸임하게 될지 불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성 김 대사가 당분간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외 기존 인도네시아 대사직을 함께 맡게 될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I can confirm that for the time being, Sung Kim will continue to serve as Ambassador to Indonesia in addition to Special Representative for DPRK.)
이 관리는 또 아직 공석으로 남아있는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임명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을 포함해 외교 정책의 중심에 인권을 두기로 약속했다"면서 "북한인권특사직 임명이 법적 요구 사항이지만 현재로서는 발표할 인사 소식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On your question about the human rights envoy: the United States is committed to placing human rights at the center of our foreign policy, including in DPRK. There is a statutory requirement for that role. We don't have any personnel announcements to make at this time.)
성 김 대사의 대북특별대표 겸직과 관련해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미 국가이익센터 한국담당 국장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대화 재개를 통한 비핵화 협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대북특별대표의 겸직은 자칫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 등 북한 문제에 심각(serious)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북외교가 단절된 현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를 관할할 수 있는 전임 대북특별대표와 그 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과 함께 실제 그 정책을 전담할 미국 관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남북, 미북 간 대화재개 등 북한 관련 중요한 상황이 전개될 경우 비로소 성 김 대사가 대북특별대표 직책만 맡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도 26일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인도네시아 대사도 겸직한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외교에 실제로 그다지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적어도 북한이 미국의 대북접촉 시도에 응답하기 전까지는 그렇다는 게 이 매체의 설명입니다. (News that Kim will only be half-focused on North Korea policy from day one could mean that Washington isn't really prioritizing diplomacy with the DPRK, at least not until North Korea responds to their outreach.)
반면 미국의 프랭크 자누지(Frank Januzzi)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성 김 대사의 대북특별대표직 겸임은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당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을 겸직했고, 크리스토퍼 힐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대표 역시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함께 맡는 등 대북특별대표의 겸직은 이례적이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이밖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대북특별대표를 맡았던 조셉 윤 전 대사는 동기간 국무부 한국·일본담당 부차관보를 겸임했고, 미국의 첫 대북특별대표였던 스티븐 보즈워스 역시 같은 기간 국무부 경제담당, 국무부 미주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바 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다만,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 물리적 거리(distance)가 우려된다면서도 이 문제 역시 이미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 상황에서 정착된 원거리 소통방법(remote communication)으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성 김 대북특별대표는 임명이 발표된 다음날인 22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첫 유선 협의를 가졌고, 이후 25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북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