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김여정, ‘담대한 구상’ 왜곡...국제사회 고립 재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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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실은 원색적인 표현과 함께 '담대한 구상'에 거부 의사를 밝힌 김여정의 담화와 관련해 그 뜻을 왜곡해 유감이라며 이러한 태도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재촉할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담화에는 윤 대통령과 ‘담대한 구상’에 대한 원색적인 표현이 담겼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며 핵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재촉할 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발전을 추구한다는 한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역시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례하고 품격없는 표현으로 ‘담대한 구상’을 왜곡해서 비판한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의 이런 태도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던 만큼 인내심을 갖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며 필요하다면 압박을 해서 대화로 유도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런 일은 북한 자체로도 좋은 일이 아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대단히 안 좋은 일이라는 점도 분명히 짚어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던 것이니만큼 인내심을 갖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로 유도할 생각입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북핵 문제, 지역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양측은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양측은 또 ‘담대한 구상’과 관련한 후속 협의를 가졌고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예상 가능했던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남북관계의 불신 수준이 너무 높은 상황에서, 남북한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큰 상황에서 한국의 제안이 나오다 보니 북한에서는 명확한 거부의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이미 핵을 보유한 북한으로서는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을 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구시대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할 것”이라며 “앞으로 상당기간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 입장에서는 이 '담대한 구상'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것 같고 또 자기들을 너무 이해하지 못하는, 제안 내용이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상당기간 후에도 자신들의 입장 또는 태도 변화를 보여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여요.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현재 자신들의 핵 능력을 최대한 고도화하고 이를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절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당분간 북한은 공세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은 지난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지시했던 핵과 관련된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일정 수준 완료가 되면 핵보유국으로서 핵군축 국면으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북한은 1차적으로 작년 8차 당대회 때 김정은이 직접 지시했던 핵과 관련된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미사일과 핵과 관련해 도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이 되고요. 그렇다면 당분간은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이 국면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의 담화 평가’ 분석자료를 통해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남북관계의 시계추가 다시 급속도로 이명박 시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정 센터장은 또 “김정은 정권이 경제력에서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앞서있는 한국과의 대화와 교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 센터장은 한국 정부를 향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은 북한 전문가 대부분의 평가”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기존 원칙은 근본적인 수정과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정 센터장은 김여정이 막말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천박성과 무교양을 다시 한번 전세계에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여정이 3일 만에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며 ‘담대한 구상’이 김정은 마음을 흔들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태 의원은 김여정이 담화에서 “2~3년은 열심히 일해봐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읽는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행간을 보면 윤석열 정부 임기 초기에는 핵ㆍ미사일을 완성하기 위해 대화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만 그 2~3년이라는 시간도 윤 정부의 동향에 따라 더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습니다.

태 의원은 “‘햇볕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도 북한은 강경하게 거부했다가 점차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