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정부가 금강산관광 당시 한국 유람선이 드나들었던 북한의 장전항에서 군함의 모습이 자주 포착된 데 대해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해군기지로 사용되던 장전항은 1990년대 말 금강산관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한국의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항구로 사용됐습니다.
남쪽 항구와 북쪽 항구로 구분돼 있는 장전항의 북쪽 항구에서 최근 군사시설이 건설되고 함정이 배치되는 등 북한의 군사동향이 포착되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한국 군은 한미 공조 하에 관련 시설 동향에 대해 면밀히 추적, 감시 중”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대북 정보사안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장전항이 민군복합항으로 계속 활용돼 왔다면서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 : 통일부는 장전항과 관련된 그 어떤 정보사항에 대해서도 따로 확인해 줄 사항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관련기관 간 긴밀한 협조와 협의 아래 관련 동향을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변인은 장전항이 금강산관광 이전처럼 군사적 목적으로 다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이와 관련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중앙일보가 이날 금강산관광 당시 관광객들이 드나들었던 항구에 북한이 군사 시설을 건설하고 함정을 배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자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겁니다.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되기 전 장전항은 북한의 동해 최남단 해군기지였습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이 시작되자 장전항의 남쪽 항구를 민항의 역할만 수행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군함들이 장전항을 이용하는 경우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3년 3월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명의의 입장 발표를 통해 장전항을 금강산관광의 한국 측 사업자인 현대에 넘겨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북한 아태위는 “한국 국민들의 해로를 통한 금강산관광을 위해 1998년 11월 군사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인 장전항을 현대측에 넘겨줬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상민 대변인은 장전항이 남북협력의 상징이었다고 강조하며 “한국 정부가 금강산관광과 관련해 매진하고 있는 이유는 이런 남북협력 사업의 상징을 살리겠다는 것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한국의 현대아산 측은 북한의 군사동향이 포착된 북쪽의 항구는 관광에 사용된 부두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의 금강산관광 유람선이 접안했던 항구는 이번에 군사동향이 포착된 항구의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는 설명입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금강산 관광객들이 드나들던 항구는 2019년 2월까지 북한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27일 언론 보도에 나온 군함이 드나드는 항구는 현대아산이 건설한 시설이 아닌 북한 측 부두이고 관광 구역도 아니다”라며 “해당 항구에서는 금강산관광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도 북한의 군함이 종종 관측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올해 2월 아산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차원에서 방북해 한국 유람선이 접안했던 부두를 육안으로 확인한 바 있다”며 “당시 북한이 사용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금강산 내 한국 측 시설 철거와 관련한 남북의 입장 차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대면협의를, 북한은 문서교환 방식을 통해 금강산 내 한국 시설의 철거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이상민 대변인은 “북한이 문서교환 방식으로 철거 일정과 계획을 보내달라는 입장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사업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필요한 조치와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