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식량부족 해결이 절실한 북한은 벼, 옥수수 수확에 전민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트랙터와 기름 등이 부족한 일부 지방당국이 볏단 운반을 위해 소달구지 바퀴와 지게를 만들도록 조치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가을은 봄과 더불어 주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계절입니다. 알곡 생산을 위한 ‘모내기 전투’, ‘가을걷이 전투’에 동원돼야 하기 때문인데 올해도 다르지 않습니다. 벼, 옥수수 추수와 탈곡에 전국의 주민들이 동원됐습니다.
함경북도 부령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 “벼 수확이 거의 끝나가는 황해남북도나 평안남도와 달리 우리 군은 이제야 벼 수확에 들어갔다”며 “가을걷이에 동원된 주민들이 지게로 볏단을 운반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9월 말 당국이 가을걷이와 관련한 사업을 포치(전달)하면서 볏단 운반에 쓸 지게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뜨락또르(트랙터)는 물론 기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국이 고안한 궁여지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곡창지대(황해도와 평안도)에는 이동식 벼 탈곡기가 일부 공급되었지만 논 면적이 적고 수확량까지 낮은 함경북도 농장들은 한대도 받지 못했다”며 “늘 그랬던 것처럼 개미역사로 숱한 사람이 모여 낫으로 벼를 수확하는 데 수확한 볏단을 탈곡장까지 운반하는게 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낫으로 벤 벼를 한아름씩 단으로 묶어 그 자리에 세워두고 말린 다음 탈곡장으로 운반합니다. 논밭에서 거리가 꽤 되는 탈곡장까지 농장이 보유한 뜨락또르와 소달구지를 총동원해 볏단을 날라도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방당국이 여느 해에 비해 올해 농사 작황이 좋다며 수확과 동시에 탈곡을 빨리 끝낼 것을 강조하는 중앙의 지시를 집행하기 위해 볏단 운반에 쓸 지게를 만들도록 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지난 9월말부터 군내 공장, 기업소는 물론 가두 인민반까지 나무로 지게를 만드는 기막힌 풍경이 곳곳에 펼쳐졌다”며 “내가 일하는 공장도 지게 10개를 만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가을걷이에 동원된 주민들이 낫으로 벼를 수확하는 조, 볏단을 묶는 조, 뜨락또르나 소달구지에 볏단을 실어주는 조, 지게로 볏단을 운반하는 조 등으로 나뉘어 일하고 있다”며 “쩍하면 사람을 동원하는 인해전술이 언제 없어질지 궁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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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청진에서도 시당(시 당위원회)의 지시로 볏단 운반에 쓸 지게를 만들었다”며 “일부 공장, 기업소는 소달구지 바퀴도 만들어 바쳤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9월 초 시당이 뻐스공장, 화력발전소, 스레트공장 등 주요 공장 기업소들에 농촌에 보낼 소달구지 바퀴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바퀴에 베아링을 넣어 오래 쓸 수 있게 잘 만들어야 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소달구지 바퀴를 만드는데 드는 목재, 5mm철판, 베아링 등은 해당 공장이 자체로 해결해야 했다”며 “공장, 기업소가 농촌에 보낼 소달구지 바퀴를 만들어 바친 건 처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지금까지 소달구지 바퀴는 농장에서 자체로 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특별히 공장, 기업소가 소달구지 바퀴를 만들도록 한 배경 중 하나는 북한 당국이 언제 비나 서리가 내릴지 모른다며 수확과 탈곡을 같이 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당국은 요새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언제 우박과 서리가 내릴지 예측할 수 없다며 수확과 함께 탈곡을 빨리 끝낼 것을 강조하면서 시내 공장 기업소와 가두 인민반까지 가을걷이에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느 농장에 가보나 볏단을 운반하는 자전거, 볏단을 담은 지게를 멘 사람들로 좁은 농촌 길이 꽉 멘다”며 “21세기가 아니라 한 10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