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CIA 분석관 “미중 하와이 회담서 ‘북 도발’ 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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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16일 한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 성과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욱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17일 열릴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김 분석관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군사행동을 예고하는 담화를 내놓은 지 불과 3일 만인 16일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강행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폭파에 앞서 인민군 총참모부는 공개보도 형식으로 DMZ즉 비무장지대에 다시 군대를 투입해 요새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북한의 속내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수 김 분석관: 북한의 성명이나 행동에는 항상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있는데요. 내부적 요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북중무역 중단과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 또 보도된 것처럼 식량부족 심화 등이 있을 겁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민생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비난을 한국으로 돌리려 한 것입니다. 또한 한국, 미국 대통령들과 가진 일련의 정상회담에도 실질적인(tangible) 성과를 얻지 못한 북한은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도발에 나선 것입니다. 북한은 항상 미국을 상대로 대화와 협상을 하려고 합니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한국이 도우라는 압박인 것입니다.

기자: 김여정 제1부부장이 연속적인 보복을 언급하면서 긴장고조로 인한 남북한 9∙19군사합의 파기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2016년부터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의 완전 철거와 금강산지구 내 남측 시설의 폭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수 김 분석관: 이번 폭파에서 분명히 드러난 점은 북한이 (김여정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대로) 정말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는 군사행동에 대한 경고로 미뤄 중∙단거리 미사일 도발이나 핵무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이나 핵실험 등 미국의 레드라인 즉 금지선을 넘어선다면 미국과의 협상의 기회는 완전히 사라지게(obliterate any deal)될 것이라는 점을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려와 긴장감(tension and anxiety)을 조성해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완화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필요와 시급함을 느낄 만큼만 위협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말입니다.

기자: 북한이 외교적 협상을 원한다면서 어떻게100억원, 미화 825만 달러 가까이 되는 막대한 한국인의 세금이 투입돼 개보수를 한 남북 연락사무소 건물을 순식간에 폭파해 버렸을까요?

수 김 분석관: 북한이 대화를 원하는 상대가 한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폭파는 남북한의 현 상태가 어떤지를 강력하게 시각적으로 상기시켜주는(powerful visual reminder)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은 국방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강화하겠다는 공식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까 우려됩니다.

기자: 북한의 이같은 도발과 관련해 미국은 어떤 조치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수 김 분석관: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동맹국들로부터 미군을 철수하려는 과정에서 동맹국들과의 간극이 생겼습니다. 미국이 동맹국이나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보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 같은 간극을 이용함으로써 미국의 협상력이 떨어지고 북한에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과 중국이 최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17일 하와이에서 고위급회담을 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보시나요?

수 김 분석관: 곧 있을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당연히 다뤄질 것으로 봅니다. 만일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저로서는 매우 비난할 일입니다. 다만 중국이 얼마나 한반도 긴장 완화에 충분한 역할을 할 지가 관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에 관한 미국 랜드연구소 수 김 정책분석관의 견해를 양희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