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한국 전역을 점령한다는 목표 대신 핵무기를 위협 수단으로 삼아 우선 수도권을 빠르게 점령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국방연구원의 박용한 선임연구원이 ‘북한의 공세적 핵전략 평가와 실존적 위협 전망’을 제목으로 낸 보고서.
박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한국의 수도권을 기습 점령한 뒤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확보한 뒤 기습전을 감행하고, 이후 협상을 통해 점령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단기간에 수도권을 장악한 뒤 핵 위협을 수단으로 삼아 한미 연합군의 수도권 재탈환이나 북한 지역에 대한 반격을 억지하는 방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군사적인 억지력과 정치적인 협상력을 동시에 창출했다”면서, 북한이 비대칭 전력으로 한국에 대한 재래식 전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핵무기로 미군의 개입을 억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 수도권을 먼저 점령하는 이른바 ‘제한 점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오판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향후에도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압도적인 핵전력을 갖추기는 어렵지만, 단 하나의 핵무기를 발사할 가능성만 있어도 상대방이 쉽게 공격할 수 없는 이른바 ‘실존적 억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북한이 실제로 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국 측 전력에 발생할 수 있는 광범위한 타격과 관련한 예상도 내놓았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한국 측 군사 시설을 핵무기로 공격하면 특히 해군·공군 등 군사 시설이 밀집된 전력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고, 핵무기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 및 전자기 펄스(EMP) 효과까지 겹쳐 지휘 통신에 대한 제한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또 공군 기지에 북한 군의 공격이 집중될 경우 한미 연합군이 개전 초기에 공중에서의 우세를 달성하지 못해 침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할 수 있고, 지상 공격이 아닌 공중 폭발에 따른 효과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협상이나 점령에 실패해 전황이 불리해짐에 따라 북한 지역으로 전장이 이동하는 국면이 나타난다면, 휴전선 인근에서 핵무기를 쓰겠다고 위협하거나 실제로 사용함으로써 공세 전환을 억지하는 이른바 ‘방어적 사용’을 택할 가능성도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로 지상에 있는 표적을 직접 공격하면 미북 간 상호 ‘핵 억지’가 명확하게 붕괴하는 만큼, 미국이 부담을 덜어내고 북한에 핵 보복 공격을 함으로써 치명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핵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작은 전술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이 한국 측에는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한국을 겨냥하는 경우에도 미국은 본토가 공격받지 않는다면 핵 보복 대신 재래식 무기로 대응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며, 북한이 이 같은 상황을 확신하는 것이 한국에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제시하는 확장억제 공약만으로는 한국 내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 지지 여론을 가라앉히기 어렵다며, 한미가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비대칭적인 수준으로 크게 높이는 한편 핵무기 사용시 치명적인 보복을 절대 피할 수 없다는 확신을 북한 측에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내에서는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달 “북한 비핵화가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면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핵무장을 통한 남북 간 핵균형 실현을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반면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지난 13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한미 간 협력을 방해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도,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경우 북한의 직접적인 공격 목표물이 될 수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