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한 등 19개국 관광비자 발급 간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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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 정부가 북한인 등에게 호텔 예약증만 제시하면 최대 6개월의 관광비자를 발급해 주기로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북한 노동자의 해외 외화벌이를 금지한 유엔 제재를 회피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최근(16일) 북한을 포함한 19개국 시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간소화하는 규정을 승인 했습니다.

이날 러시아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된 새 규정에 따르면 북한 등 19개국 시민들은 호텔 등 숙박시설의 예약증이 있는 경우 최대 6개월간 러시아에 체류할 수 있는 관광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위 사진 참조)

호텔 예약증만으로 관광비자가 발급되는 19개 나라에는 북한 외에도 중국과 인도, 이란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 3월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비자 신청자는 호텔 예약 확인서를 근거로 간편하게 관광 비자를 발급받아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 북한 주민들이 러시아 관광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새 조치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유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4년 탈북해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 “북한 정권에서 여행이나 관광을 이유로 출국을 허락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북한인의 해외 노동을 금지한 대북제재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아울러 이 연구원은 러시아에 입국한 북한인들은 관광비자가 만료되기 전 혹은 이후에라도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관광비자를 연장하거나 학생비자 등으로 변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 지금 국제사회나 유엔의 대북제재, 특히 (북한) 노동력 수출금지 제재을 회피하려고 북한 정권과 러시아 정부가 꼼수를 부리는 겁니다. 만약 유엔이 러시아 정부에 북한 노동력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러시아 정부는) 북한 노동력을 모두 학생이나 관광객으로 둔갑시켜서 자료를 제출 할 겁니다. 그러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관광비자 꼼수를 부리는 겁니다.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조나단 코라도(Jonathan Corrado) 정책담당 국장도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발표는) 더 많은 노동자를 파견해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더 많은 자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심지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에 북한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독립국가를 세웠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인정한 세계에서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였으며, 북한은 그곳에 건설 노동자를 파견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며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들을 자국에 점점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것은 값싼 노동력의 혜택을 받는 것외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북한에 대한 상호이익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North Korea was one of the world's handful of nations that recognized Russia's claim to have established breakaway states in the Donbas region of Eastern Ukraine, and Pyongyang has even hinted it may send construction workers there. Aside from benefitting from cheap labor, Russia's increasing acceptance of North Korean workers on its soil, again in contravention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can be interpreted as a reciprocal benefit for Pyongyang in exchange for its continued support of the Kremlin's war of choice against Ukraine.)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와 북한이 제재 회피를 위해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와 상관없이 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I think we should expect Korean workers to increase regardless of the announcement because Russia and North Korea are collaborating to evade sanctions.)

그러면서 그는 “이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북한) 정권의 중요한 자금원이기 때문에 그들의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These workers are important source of funding for the regime so I expect their number to increase.)

북한의 노동자 해외 송출은 김정은 정권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2021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부가 연간 수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해외 노동자의 임금 가운데 최대 90%를 착복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22일까지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러시아 등 해외에 상당수의 북한 노동자들이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지난해 현지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만 북한 노동자 약 2만 명이 일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 유학 또는 관광 비자로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러시아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금지한 대북 제재가 시행된 2019년에 북한인의 학생 및 관광 비자 발급건수는 전년과 비교해 6배 증가했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비자나 관광비자를 내줘 북한 노동자들이 불법적으로 계속 일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러시아 국영매체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북한) 두 나라 사이의 여행절차를 완화시키는 것도 우리 회담의제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