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에 오른 러시아 국적'최천곤'씨는 블라디보스톡 한인사회에서'신사'로 알려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외부적으로는 좋은 평판을 유지했으나, 정작 뒤로는 불법 대북사업을 하며 돈을 벌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최근 (6월28일) 한국 국적자였던 러시아인 최천곤씨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자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톡 한인사회는 당황해하고 있습니다.
최 씨가 블라디보스톡에서 한인 교회에 출석하면서 가깝게 교류하는 등 한인사회에서는 젠틀맨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중인 한 한인 선교사(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구)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최씨가 블라디보스톡 한인교회인 제일교회에서 아주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라며“주변 사람들에게도 잘 베풀고 신사처럼 행동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 정부의 발표로 제일교회 교인들이 매우 당황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현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구)도 이 날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현지 소식통 [음성변조]:그 분 제일교회 오래 나왔습니다. 10년 넘게 나왔습니다. 웬만한 사업하시는 분들이나 제일교회(교인들은) 그 분 다 알아요. 영사관은 물론한인분들은 많이 알고 있어요. (최씨) 인품도 훌륭했고요. 악의를 가지고 한 게 아니라 자기도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거겠죠….
윤미경 제일교회 목사는 최 씨가 제일교회 교인인 건 맞지만, 최씨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자세하게는 몰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정부의 독자제재 부과 발표 이후 블라디보스톡 한인 무역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씨와 관련된 내용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최 씨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씨가 사할린 쪽에 경제활동을 하다가 블라디로 온지 13년정도 됐다”며“사할린에서 석탄 관련 일을 하다 돈벌이가 안돼 블라디보스톡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도 대북 관련 사업을 했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최씨는 현재 블라디보스톡에서 2시간 거리의 나홋카항을 오가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소식통 [음성변조]: 한국에서 러시아로 밀가루, 라면 등 식료품을 들여오고, 러시아 식료품을 직원들을 통해 북한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에서 배가 넘어오면 러시아 배를 통해 넘겨주고 하는 것 있었던 모양이죠.
한국정부에 따르면 최씨는 안보리 제재대상인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대표 ‘서명’과 공동 투자 형식으로 러시아 무역회사 ‘앱실론’을 설립해 활동해왔습니다
나홋카는 블라디보스톡으로 이전하기 전인 2016년까지 북한의 러시아 극동 총영사관이 있었던 곳으로 북한 사업가, 노동자들이 아직까지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북제재 이행 이후에도 나홋카 항에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 석탄으로 둔갑하여 수출되기도 했고, 북러 간 밀수는 대부분 이곳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지 선교사는 최씨의 신분과 관련해서도 의심스러운 부분을 느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러시아는 쉽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라며 “영주권 5년을 받고 시민권을 받게 돼 있는데, 최씨는 3년이라는 단기간 내 시민권을 획득해 뭔가 수상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70대 중반인 한인 여성분이 러시아 국적을 갖고 있어서 (최 씨가) 이분과 위장결혼을 했다고 들었다”라며“그렇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 국적을 획득했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제3자를 통해 최씨에 접촉하고,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최 씨는 현재 한국 정부의 발표 이후 신분노출을 꺼려하고 있다며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최 씨는 러시아에서 ‘앱실론’을 설립해 북한과의 불법무역 활동을 해온것 뿐 아니라 지난 2019년 1월에도 몽골을 방문해‘한내울란’이란 위장회사를 설립하고, 콩기름, 밀가루 등의 대북 중개무역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유엔 안보리 패널의 2021년 보고서에도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보고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내울란의 대북 교역액이 100억원, 즉 미화 764만 달러 이상이며 최천곤이 이 중 일부를 수수료로 획득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