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상회담 이후 부쩍 러시아와의 친선을 강조해 온 북한. 그러나 최근 내부 강연에서 러시아가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선택해 빈곤하게 산다며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주민들의 과도한 동경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사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러시아를 비난하는 주민 대상 강연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선택했다는 비판이었는데 주민들 속엔‘때 지난 사회주의 타령’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20일 “오늘 ‘사회주의 붉은기를 끝까지 지키자’는 요지의 정기 강연이 진행됐다”면서 “그런데 요즘 우리(북한)와 친밀한 러시아를 비난해 가며 사회주의를 지킬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장 강연 녹음 : 이처럼 (러시아의) 군대가 적들의 심리모략전에 녹아나다나니 사회주의 운명이 경각에 달한 그 시각, 반사회주의자들을 진압할 데 대한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명령 집행도 거부했고 지어 어떤 부대는 반혁명의 편으로 넘어가는 망동까지 부렸습니다.
소식통은 “불과 며칠 전(16일) 노동신문에도 원수님(김정은)과 러시아 뿌찐(푸틴)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축전을 교환한 소식이 실렸다”면서 “뿌진(푸틴) 대통령은 ‘조선의 해방을 위해 어깨 겯고(걸고) 싸운 붉은 군대 전사들과 조선의 애국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는 두 나라 사이의 선린관계 발전의 기초’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에서는 주민들에게 러시아가 사회주의 붉은기를 지키지 못해 멸망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대와 국민들이 선대들이 지켜낸 사회주의 붉은기를 버렸기 때문에 오늘을 비참하게 산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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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그러나 “러시아를 비난하는 강연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며 일부에서는 김정은만을 위한 것이 사회주의냐, 가난한 사회주의보다 부유한 자본주의를 선택한 것이 백 번 낫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같은 강연을 지금 시점에서 진행하는 배경이 “러시아에 대한 주민들의 지나친 동경을 경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주민들 속에 그나마 경제난에 처한 우리(북한)를 구제해 주는 게 러시아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면서 “당에서 러시아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심을 차단하려고 사회주의 붉은기를 지키자고 선동하고 나선 게 아니냐”고 소식통은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같은 날 “이번 주 정기 강연은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를 택한 러시아의 실태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강연은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사상에 물젖어 사회주의를 버렸다면서 세계 강국이었던 구 소련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단에 선 강사가 ‘소련의 사회주의 붉은기가 내리우고 삼(세)줄짜리 깃발(러시아 국기)이 꽂힌 것을 바라보며 러시아 국민은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고 강연한 것으로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우리(북한)와 러시아가 중국보다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일반 주민들도 느끼고 있다”면서 “노동신문의 지면에도 특별히 러시아 소식이 자주 실리고 있어 러시아의 지원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도 큰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당국이 러시아에서 식량과 원유를 대대적으로 지원받는다는 걸 주민들은 기정사실로 믿고 있는데 당에서 현 시기에 나서는 절박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러시아를 사례로 들어 주민들에게 일부러 비난선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강연에서는 ‘사상적으로 병들대로 병든 이전의 쏘련(소련)군은 10월 혁명의 선열들이 피로써 쟁취한 사회주의 쏘련의 상징이며제2차 세계대전에서 파쑈 도이췰란드(독일)를 타승한(승리를 쟁취한) 붉은기를 버렸다’고 비난했다”면서 “강연 내용은 러시아가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를 선택해 지금 빈곤하게 사는 것처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연은 예전에 강대했던 구 소련이 자본주의(현재)를 선택함으로써 세계적 지위도 추락하고 러시아 국민의 삶도 사회주의 때보다 못하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강연자는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사상에 물 젖은 총대는 자신의 운명은 물론 부모처자(식), 조국과 인민, 사회주의 운명도 지켜내지 못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식량도 없어 빌어먹는 처지에 무슨 사회주의 타령이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