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고인민회의 대표단 방러로 대미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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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진전이 없을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새로운 길'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Ken Gause) 국장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의 러시아 방문 예정 보도는 대미 압박 메시지라고 해석했습니다.

고스 국장 : 북한은 미국과 관여하려는 시도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해 점점 더 당황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단의 방러 보도는 북한이 (미북 대화에 진전이 없을 경우) 올해 말에 '새로운 길'의 하나로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중심축(Pivot to Russia and China)으로 관계를 심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의 러시아 방문이 그러한 관계 강화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의 대북 압박 정책’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북한도 올해 말이 되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러시아의 타스 통신은 전날 박태성 의장이 이끄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이 오는 10월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올렉 멜니첸코 상원의원의 말을 전했습니다. 통신은 그러면서 북러 의원들은 특히 경제 협력, 북한과 러시아 극동 지역과의 지역 협력, 문화 교류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러시아와 북한 의원 대표단의 교류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난 4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앤소니 리나(Anthony Rinna) 사이노-NK(Sino-NK) 러시아 동아시아정책 분석가의 말을 전했습니다.

리나 분석가는 북한 대표단이 다음달 러시아를 방문할 경우 유엔 대북제재의 여파로 지난해 1만 1천 여명 수준으로 줄어든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문제를 러시아 측에 제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러시아는 유엔 회원국들이 올 12월까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전원 송환하라는 유엔 대북제재 위원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의거해 전년도 3만 여명 가까웠던 북한 노동자를 지난해 1만 명 수준으로 줄였다고 유엔 대북제재이행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밝혔습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나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은 러시아를 방문해 이 같은 세부사항을 논의한다기 보다는 미국에 전략적 신호(strategic signals)를 보내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고스 국장 : 북한 노동자 문제 등은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이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봅니다. 기밀 정보를 다룰 수 있는 북한 부총리급 이상이 다루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공식적으로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막후에서 북한과 어떤 교류를 하고, 제재와 관련해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