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친선' 책자 발행…북, 러시아 침공행위 두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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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위대한 친선관계임을 주장하는 선전책자를 발간했다는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러감정이 싹트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분석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간부소식통은 18일 “최근 당에서 태양절(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계기로 로씨아(러시아)와의 친선을 주장하는 화첩을 발행했다”면서 “간부와 당원, 주민들을 대상으로 로씨아와의 친선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러친선을 강조한 선전 책자 표지. /RFA Photo
북-러친선을 강조한 선전 책자 표지. /RFA Photo

소식통은 “이달(4월) 8일부터 18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전시장들에 조-로친선을 선전하는 책자가 전시되었다”면서 “올해 4월 외국문출판사에서 발행한 화첩 ‘조로친선의 위대한 년대기’는 219페이지 분량의 사진이 담긴 선전책자”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번 김일성의 로씨아 친선외교를 선전하는 화첩에는 주체 111(2022)년 4월이라고 발행날짜가 기재되어 있다”면서 “이 선전물은 평양시 락랑구역과 중구역 등 평양시내 세 곳에 설치된 전시장, 전람회장에 열흘 간 전시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첫날 개회식에 중앙당 선전선동부 간부들과 출판기관일꾼들이 참관했을 뿐 다음날부터는 관람자가 적어 전시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면서 “책자는 몇 부만 전시하고 대부분 전자자료(e북)로 소개하면서 선전효과가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시당에서 각급 기관과 단체, 대학, 공장들에 전시장을 방문하라며 날짜까지 지정해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소속된 상부 기관의 지시로 마지못해 전시장을 찾은 주민들은 지금 갑자기 조-로친선을 강조하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각 기관과 단체 등이 방문을 독려받았지만 전시장에는 일부 인원이 가거나 가서도 방명록에 이름만 적어놓는 등 행사가 다소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한 시민소식통은 19일 “이제 평양시의 태양절 110주년 기념행사들이 거의 마무리 되었다”면서 “당국이 김일성 생전의 업적을 선전하기 위해 외국과의 친선활동 전시관을 꾸렸지만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는 태양절 110주년을 맞아 당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김일성 관련 출판물과 미술품 등의 전시회를 열고 주민들의 참관을 강제했다”면서 “특히 당국은 로씨아와 혈맹임을 강조하며 오랜 친선유대관계를 집중 선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번에 발행한 선전책자 ‘조로친선의 위대한 년대기’는 김일성의 대러시아친선 외교를 집중적으로 다룬 사진 기록물”이라면서 “이밖에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김씨 일가의 3대세습을 정당화하는 사진첩도 전시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어쩔수 없이 전시장을 찾은 평양시민들은 아무리 로씨아와의 친선을 강조해봐야 로씨아의 우크라이나 침공행위에 대한 인민들의 생각은 달라질 게 없다”면서 “한때 로씨아가 자본주의를 선택했다고 비난하던 당국이 하필 태양절 110주년에 선전 책자까지 만들어 조로친선을 강조하는 속내를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