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첫 북러 정상회담이 확정된 가운데, 북중 간 오랜 동맹조약이 '상징적'인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의 발언이 나와 주목됩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의 안보전문가인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이 23일 한국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1961년 ‘중국과 북한 간 우호 협력 상호원조 조약(PRC-DPRK Treaty of Friendship, Co-operation and Mutual Assistance)’의 군사적 요소는 실질적(substantive)이라기 보다는 상징적(symbolic)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주 원장이 이날 한국 아산정책연구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며,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되었던 2017년에는 북한이 미국의 군사 공격을 받을 경우 과연 중국이 북한을 방어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중국 전문가들이 증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전문가인 스웨덴 즉 스웨리예의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이상수 한국센터 소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베트남 즉 윁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후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않고 바로 귀국하는 등 최근 북중 간 미묘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상수 소장 : 특히 (하노이 회담이) 결렬 되었을 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한 번 만나고 (북한에) 가는게 정치적으로도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북경에 들르지 않고 바로 (평양에) 돌아간 점도 제가 참 의아하게 생각했고요. 또 러시아에 가는 일정이 (중국이 개최하는) 일대일로와 딱 맞추어서 진행이 되는 것도 북한과 중국 간에 뭔가 미묘한 긴장이 있지 않나…
이 소장은 미국과 무역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이른바 현대판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행사 일정에 맞춰 러시아를 방문해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게다가 시 주석은 중국이 당면한 최대 과제인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해소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평양 답방도 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 소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중국 정부와의 우호조약에서 군사개입 조항을 삭제하는 우호조약 수정론이나 폐기론 혹은 최근 중국의 대북 유류수출 감축 문제 등으로 중국과 소원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25일 개최될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조할 경우 북중 우호조약으로 인한 갈등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전문가인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에 나서는 이유는 파트너 즉 협상 혹은 협력 상대를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시 선임연구원 : (김 위원장이) 행동의 선택 여지를 넓히고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라고 봅니다. 고립을 탈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파트너 수를 늘리는 것이니까요.
미국 전략국제문연구소(CSIS)의 중국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이번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 간 조율(coordination)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 모두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