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산 인조 속눈썹 상당수가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산으로 둔갑해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북한에서 생산된 반가공 속눈썹 제품을 수입한 후 중국산으로 포장해 한국과 일본, 서방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3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산 인조 속눈썹의 가공과 포장이 중국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에 국제 제재를 피하고 중요한 외화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제 전문가들은 북한 해외 소득 중 최대 90%가 북한 주민의 노동을 통해 얻어지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에 총 1천680톤의 인조 속눈썹, 수염, 가발을 중국에 수출했는데, 이는 약 1억 6천7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중국 산둥성의 핑두시가 북한산 인조 속눈썹 공급망의 중심지로 알려졌으며, 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 전 세계 인조 속눈썹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핑두시의 속눈썹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산 제품이 우수하다”며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에 수출하는 회사들이 주로 북한산 제품을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인조 속눈썹 박스 제조업체인 ‘칼리’(Kali) 사가 누리집에 게시한 2023년 추정치에 따르면 핑두시의 인조 속눈썹 공장 중 약 80%가 북한에서 인조 속눈썹 원료와 반가공 제품을 구매하거나 재가공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조나단 브루어(Jonathan Brewer) 조정관은 5일 북한의 속눈썹 수출이 대북 제재 위반인지 등을 묻는 RFA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습니다.
다만 그는 “전문가단의 역할에는 1718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포함된다”며 “이는 유엔 안보리 제재, 특히 미준수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조사해 개선 조치를 권장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된 결과는 2년마다 1718위원회 웹사이트에 공개되는 보고서에 요약되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Troy Stangarone)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5일 RFA에 북한의 인조 속눈썹 수출이 유엔 제재에 해당하지 않지만, 미국 대북제재에는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 : 엄밀히 말하면 (북한의) 인조 속눈썹 수출은 유엔 제재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금지된 것은 북한으로부터 수입이 허가되지 않은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이 북한에서 가공한 인조 속눈썹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엔 대북제재와 미국 대북제재의 차이입니다.
실제 미국에 본사를 둔 ‘엘프 코스메틱스’ 사의 경우 2012년부터 약 5년간 중국에서 수입한 인조 속눈썹에 북한산 재료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19년 미 재무부가 약 100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인조 속눈썹이나 가발 등의 제품은 북한 경제와 수출에서 작은 부분”이라며 “북한이 수출 분야를 다각화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경제 성장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