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위 “북 ‘재보험 사업’ 조사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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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 '재보험(reinsurance)' 사업의 대북제재 위반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보험'은 해외에 있는 재보험사와 연결돼 외화가 오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위가 주시하고 있는 것인데요. 자세한 내용 심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재보험 회사 ‘퓨처 리(Future Re)’, 북한말로는 ‘미래 재보험회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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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래재보험회사가 공개한 영문 재정보고서. /미래재보험회사 캡쳐사진

북한은 미래 재보험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영문으로 된 연례 재정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재정보고서에는 성장세를 보여주는 그래프와 함께 구체적으로 자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기록돼 있습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은 코로나 기간에도 미래 재보험회사 자산은 1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영문 재정보고서는 “2021년 총자산이 57억8423만9천원이라며 전년도 52억5937만원에서 109.98% 증가했다”고 공시하고 있습니다. (Concerning the Company’s business result in 2021, the total assets amounted to KPW 5,784,239,000, which is a 109.98% increase on the previous year at KPW 5,259,370,000.)

재보험회사란 보험회사가 보험을 드는 회사를 말합니다.

보험회사는 일반인들에게 보험료를 받아 모아놨다가 가입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보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적은 규모의 사고는 보험회사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대규모 사고가 터졌을 때는 보험회사도 지급해야할 보상금이 부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험회사도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데, 이런 보험을 제공하는 곳이 재보험회사입니다.

이 재보험회사는 또 해외 재보험회사에 다시 재-재보험을 드는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세계 각국에는 크고 작은 규모의 다양한 재보험회사가 있습니다.

큰 규모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회사는 스위스의 스위스 리(Swiss Re), 독일의 뮌헨 리(Munich Re),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 재보험(Berkshire Hathaway Reinsurance Group), 한국의 코리안 리(Korean Re) 등이고, 작은 규모의 재보험사까지 합치면 100여 곳이 넘습니다.

보험산업 구조상으로만 보면, 북한에 있는 ‘북극성보험회사’, ‘삼해보험회사’ 등이 북한 미래재보험회사에 재보험을 가입하고, 북한 미래재보험회사는 해외에 있는 재보험회사에 재-재보험을 가입하게 됩니다.

예를들어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북한의 미래재보험회사는 해외 재보험사로부터 외화 보상금을 받으면서 북한 내 보험회사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북한 보험회사는 선박 손해 보상금을 지급하게 됩니다.

이런 보험산업 구조상, 북한 미래재보험회사는 해외 재보험사로부터 외화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현재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에릭 펜턴-보크(Eric Penton-Voak) 조정관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재보험과 보험 활동에 대해 전문가단이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Thank you for asking all the correct questions about DPRK’s insurance and reinsurance activities which the Panel itself is now investigating. So as not to compromise these investigations we are not commenting in detail to media at this time.)

그러나, 북한 재보험 및 보험이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할 가능성은 존재하며, 2016년에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 33항과 36항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조항은 북한 내 금지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대량 현금과 금, 보험 서비스를 위한 지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However, I can confirm that your suspicion about sanctions violations in your second question is correct - paragraphs 33 and 36 of resolution 2270 (2016), prohibit the provision of financial services, including bulk cash and gold, and payments for insurance services that could contribute to the DPRK’s prohibited programmes/activities.)

북한은 2016년 대북제재 강화 이전에는 런던과 취리히, 함부르크, 파리, 빈, 불가리아, 싱가포르, 멕시코, 파키스탄 등에 북한보험사 해외지점을 운영하며 국제보험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제재 이후에는 다수가 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은 북한이 1980년대부터 런던 국제보험시장에서 대형사고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매년 수천만 달러를 벌어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는 북한 정권이 공장 등을 국제 재보험에 가입시킨 뒤 사고 관련 문건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받아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심재훈,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