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정부의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 호 압류 조치에 대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측의 의도를 분석하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22일 미국이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호와 관련해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 : 한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이행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일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송해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호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위해 이 선박을 압류했습니다.
북한은 닷새 뒤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냈고 17일에는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선박을 돌려보낼 것을 촉구했습니다.
21일에는 김 대사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부가 미국 국내법에 의거해 북한 당국 소유의 화물선을 몰수한 것은 주권침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대북제재와 관련해 북한을 상대로 직접 압류와 몰수 절차가 취해진 첫 사례인 만큼 북한에 큰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미 정부가 행해온 대북제재는 북한을 직접 상대로 한 것보다는 개인이나 기관 또는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에 대한 제재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번 조치와 달랐다는 설명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이번 선박 압류·몰수는 즉각적 조치이자 사실상 실질적인 결과 형태로, 실물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게는 단순 메시지 차원의 압박보다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올 연말까지를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상황에서 대화 재개 신호 대신 선박 압류 조치가 응답으로 돌아올 것을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이번 조치가 표면에 드러난 것처럼 미국 법무부 차원에서 내려진 것인지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의 뜻이 담긴 것인지를 두고 분석중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선박 반환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향후 조치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인 북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문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이 올 연말까지는 협상 시한으로 뒀기 때문에 더 높은 단계가 아니라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담화문을 낸 것을 보면 수위를 조절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선박 압류 조치가 미북 대화 재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현 상황 자체가 대화 재개에 걸림돌인 만큼 김 위원장이 제시한 대화 재개 시한인 올해 연말까지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