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축구 국가대표팀, 중국 기업과 후원 계약…제재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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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단체복과 일부 용품과 관련해 중국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입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인랑체육회사가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과 글입니다.

오른쪽에 ‘인랑체육회사’ 로고와 왼쪽에 ‘인공기’가 박힌 유니폼이 유독 눈에 띕니다.

인랑체육회사는 지난 24일 후난성 러우디시 문화관광체육국 회의실에서 북한 축구협회와 협약식을 갖고 북한 남녀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자(스폰서)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에서는 ‘조선국가축구종목팀 기재후원’이란 문구를 배경으로 관련 인사들이 서서 우호의 상징인 풍산개 두 마리가 그려진 그림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협약식에는 신용철 북한 축구협회 사무총장, 장롄바오 후난성 체육국 부국장, 양웨이 부부장 등 당국자들은 물론 왕하이빙 인랑스포츠 회장도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측 대표는 모두 북중 축구 미래협력의 여지가 넓다면서 이번 협력을 계기로 다층적 축구교류와 협력을 적극 추진해 북중 축구협력의 새로운 장을 함께 개척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랑체육회사는 자본금 160만 달러 규모의 소규모 기업이지만 향후 국제대회에 참가할 예정인 북한 축구대표팀에 단체복을 공급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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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달라진 북한 축구국가대표팀 단체복. 왼쪽은 레게아 로고가 적혀있는 단체복을 입고 있는 정대세 선수(2010년), 오른쪽은 로고가 없는 단체복을 입고 있는 한광성 선수(2019년). /연합뉴스

이전에도 북한 축구국가대표팀은 각종 스포츠용품 기업들과 계약을 한 뒤, 이탈리아 휠라(2000년 시드니 올림픽), 미국 아디다스(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예선), 중국 차이나 홍싱 스포츠(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탈리아 레게아(2010년 남아공 월드컵) 등의 로고가 담긴 단체복을 입고 국제대회에 참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제재 영향으로 2019 아시안컵대회 부터는로고가 없는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참가해 왔습니다.

2016년 3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따르면 스포츠 장비는 북한으로 이전이 금지된 사치품으로 분류됐습니다.

이같은 이유에서 지난 2019년 평양에서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한국 대 북한 경기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은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에 선수들에게 경기 후 유니폼 교환을 하지 말 것을 교육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사회가 부과한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더이상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 담당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과 미국의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루지에로 연구원 : 정말 필요하다면 중국은 유엔 제재에서 어떤 종류의 면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이 이를 통해 거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시다다시피, 우리의 생각처럼 제재가 강력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 중국인들은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 영국이 다 같이 중국에 (제재위반과 관련해)이야기한다고 해도 크게 우려하지 않습니다.

인랑체육회사 측은 이번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단체복 후원이 대북제재를 위반할 가능성을 둘러싼 RFA의 질의에 26일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