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리선권 외무상 명의로 대미 협박성 담화를 내놨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박외교를 통해 미국에 대한 '북한판 최대압박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리선권 외무상 담화에 대해 주목할 만한 점은 북한이 성공적으로 한국을 협박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미국을 협박할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조짐"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수석부차관보는 이어 "리선권 담화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한이 양국 정상, 즉 김정은-트럼프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대화를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 이를 무척 원한다고 믿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그는 리선권 담화가 그리 놀랍진 않다며, 이번 담화는 지난해 12월 31일 북한이 새로운 대립적 길을 가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지난 3월 북한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 그리고 최근 중앙군사위원회 회의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핵억지력 강화 발언 등을 배경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한국을 조종하고 협박하며 '길들일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주요 내부 목표인 만큼 이를 위해 대내용 매체가 이용되지만, 리선권 담화의 경우 "북한은 아마도 미국을 조종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확신이 덜 들 수 있고 이러한 점이 대외용 매체가 사용된 점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 역시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리선권 6·12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완화를 얻어내는 데 실패한 상황에서 미국에 제제완화 압박을 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제재완화를 얻어내려는 오랜 사기술(con)이 실패한 것에 화가 난 상황이지만, 실패의 책임은 미국과의 실질적인 협상을 막은 김정은 위원장에 있다는 게 맥스웰 선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북한의 주된 목적은 여전히 제재완화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북한은 협박외교를 통해 미국에 제재완화를 강요하는 '북한판 최대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긴장을 높이고 정치적 분쟁을 야기시킴으로써 미국과 한국이 제재완화에 나서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는 또 북한 외무상이 이번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색다르고 실험적이며 상의하달식 친서외교를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리선권 담화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해 2월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부터 깨진 희망에 대해 마음을 졸여왔다며,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압박 전술을 통해 문재인 한국 대통령으로 하여금 남북 관계가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도록 협박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한미 양국을 갈라놓으려는 노력은 보통 실패해왔지만, 현재 한국 내 진보 세력이 우세하고 방위분담금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 한국의 심기도 불편한 만큼, 이전보다 북한의 이러한 시도에 좀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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