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잠수함 시찰 행보와 관련해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 가능성을 내비쳐 향후 미북 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부는 23일 북한이 새 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현수 한국 국방부 대변인 : 한국 군은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상황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북한은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잠수함의 규모나 제원, 방문한 지역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전날 함경남도에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같은 지역에 있는 신포조선소를 찾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위성사진을 근거로 신포조선소에서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배수량 2천톤급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잠수함 시찰은 지난달 30일 미북 판문점회동 이후 처음 나선 군사분야 공개활동으로, 지난 5월 서부전선 방어부대 화력 타격훈련 지도 이후 73일 만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한 것은 판문점회동에서 합의한 실무협상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전 통일연구원장): 잠수함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다시 한 번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해서 핵 협상을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대미압박전술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미국으로 하여금 협상장에 나오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을 압박해 향후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17일 한반도미래포럼 토론회): 북한은 미국의 대통령선거 등 중요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항상 도발을 해 왔습니다. 지금도 어떤 의미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을 건드리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그런 도발을 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SLBM을 완성한다면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이상의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잠수함은 북한이 꾸준한 관심을 갖고 개발해 온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입니다.
적의 감시망을 피해 은밀하게 기동할 수 있기 때문에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 즉 SLBM의 경우 포착과 방어가 어려워 한미 군 당국이 관련 동향을 주의 깊게 감시해 왔습니다.
북한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공개한 데는 기존에 하나뿐이었던 SLBM 발사관의 개수를 늘려 공격능력이 향상된 신형 잠수함을 선보인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보유한 기존 SLBM의 경우에는 발사관이 하나만 있는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에 공격을 한 차례 밖에 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발사관 수가 2~3개라면 두세 군데의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미국과의 협상 국면에서 북한 주민들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고 내부 결속을 단단히 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에는 공군부대를 방문했고 5월에는 지상군 훈련을 지도했었다면서 이번 잠수함 시찰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잠수함의 구체적인 성능까지는 밝히지 않은 점으로 볼 때 향후 미북 간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내부 결속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