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물질 충분히 확보한 경우 ‘핵동결’ 합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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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총비서와 잘 지낸다며 협상 가능성을 재차 시사한 가운데 북한이 핵물질을 충분히 확보한 경우 미북 협상에서 핵동결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등이 17일 주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정책과 한미 북핵대응 전략' 학술회의.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 미북 정상 간 핵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하지 못하게 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파괴하도록 해야 하는데 북한이 이러한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최소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 ICBM이나 SLBM 능력들이 눈에 보이게 검증 가능하게 폐기가 돼야 되는데 과연 김정은이 그것에 응할지 의문입니다. 김정은이 그것에 응한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핵 능력의 상당 부분을 손실하게 됩니다.

신범철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이날 행사에서 미북 간 대화 시도는 조기에 이루어질 수 있지만 성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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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 /연합

다만 북한이 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 즉 고농축우라늄을 확보한 후 대미 협상이 성사된다면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더불어 핵물질 생산 동결에 합의하고 트럼프가 지난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요구한 '영변 플러스 알파'를 내놓는 대신 그 대가로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나아가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을 얻어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 신범철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플러스 알파'를 받아낼 수가 있고 김정은은 핵무기를 보장받을 수 있는 동결 거래를 하게됩니다. 이후에 새로운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하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제재를 완화받고 제재가 완화되면 무엇입니까?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겁니다.

또 이는 한국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하며 한국 정부가 트럼프 2기 실무진과의 접촉을 통해 북한 비핵화 원칙 견지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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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하이브리드위협연구센터장은 미국도 북한도 당장 대화에 나설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먼저고 북한 당국은 러시아로부터 얻어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내년 말경 종식된다고 가정한다면 내년 초 미북 대화 가능성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 앞서 미북 대화 재개를 외교안보 치적으로 내세우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하이브리드위협연구센터장] 내후년 그러니까 2026년에는 트럼프가 중간선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는데요. 그 전에 자신의 외교 안보 치적으로 미북 대화를 앞세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현지시간으로 16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자신과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