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환율 상승 막기 위해 환전상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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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환율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불법 환전상들을 연이어 처벌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 “오늘 오후 2시부터 혜산시 영화관에서 시 안전부(경찰)가 주관하는 주민총회가 열렸다”며 “주민총회에는 시안의 동사무장들과 인민반장들, 과거 불법 환전 이력이 있는 주민들이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오늘 주민총회는 ‘우리 공화국(북한)의 금융체계를 교란하는 자들을 엄벌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며 “주민총회 무대에는 지난 1월, 불법 환전을 하다가 걸린 주민 6명이 세워졌는데 그들은 모두 가정주부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시 안전부 수사과장이 무대에 올라 이들 6명의 죄를 일일이 열거했다”며 “이들은 지난해 불법 환전을 하다가 걸려 시 안전부에서 ‘다시 불법 환전을 할 경우 어떤 법적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자백서를 쓰고 용서받았던 주민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무대에 올라선 6명 중 2명은 징역 10년형을, 1명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3명은 각각 10개월간의 ‘노동교양대’ 처벌을 받았다”며 “가택수색 중 중국 인민폐 5만위안(6,892달러)이상이 발견된 여성들은 징역 10년 형을, 인민폐 1만위안(1,378달러)이상 (5만위안 이하) 발견된 여성은 5년형을 선고받았고, 인민폐 5천위안(689.29 달러) 이상 (1만위안 이하) 발견된 여성들은 ‘노동교양대’ 10개월을 선고받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무대에 올라선 수사과장이 ‘국가의 금융체계를 교란하는 불법 환전행위는 우리 사회주의 제도를 전복하기 위한 반동사상문화 행위’라고 연설했다”며 “앞으로도 쭉 불법 환전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처벌한다는 것이 연설의 내용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불법 환전꾼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외화를 사거나 팔려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장마당에서 외화를 사용하는 주민도 즉각 체포하면서 지난해 11월, 미화 1달러 대 내화 3만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18일 현재 1달러 대 1만 8천원까지 하락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장마당에서 외화를 사용하다 체포된 주민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지만 소지하고 있던 외하는 모두 회수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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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시내의 무역은행에서 한 시민이 은행거래를 하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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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19일 “어제(18일) 혜산영화관에 이어 오늘(19일) 위연영화관에서도 주민총회가 있었다”며 “안건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공화국의 금융체계를 교란하는 자들을 엄벌함에 대하여’였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오늘 주민총회에는 지난해 잘못을 저질렀으나 사법기관으로부터 용서를 받은 주민들이 참석했다”며 “주민총회 무대에는 지난 1월 위연역 주변에서 불법 환전을 하다가 걸린 강안동 여성 2명과 연두동 여성 2명이 올라섰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대에 오른 강안동 여성 2명은 각각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연두동 여성 2명은 각각 노동교양대 10개월 처벌을 받았다”며 “시 안전부 수사과 세포비서가 주민총회를 주최했는데 그는 ‘앞으로 불법 환전꾼들에 대한 재판과 처벌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에서 불법적인 환전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모두 결혼한 여성들”이라며 “결혼을 안 한 여성이나 남성의 경우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불법 환전은 결혼한 여성들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외화 사들인 사람들은 거명 안해

“그러나 주민들은 이번 주민총회에 불만이 높다”면서 “불법적인 환전이 있었으면 환전꾼으로부터 외화를 사들인 사람이 있을 텐데 환전꾼들만 처벌받고 외화를 사들인 사람들은 이름조차 거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장마당에서 외화를 사용하던 주민은 물론 환전꾼들로부터 외화를 사들인 사람들도 모두 체포됐지만 정작 재판에선 환전꾼들만 처벌했을 뿐, 외화를 사들인 주민들은 이름조차 거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화를 사들인 사람들은 힘있는 사람들로 처벌을 피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외화를 사들인 자들은 보나마나 힘있는 자들이어서 처벌을 면했을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라며 “외화에 대한 수요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불법 환전꾼들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