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해외 기업가와 투자자들의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해외 투자 유치와 합작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의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상업회의소가 해외 기업가 및 투자자들의 방북을 준비 중입니다.
네덜란드 투자 자문회사인 GPI 컨설턴시는 오는 5월 대북 사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방북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GPI 컨설턴시는 “북한 조선상업회의소가 외국인들에게 무역 및 투자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초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자문회사는 “북한 기업들은 외국 파트너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제한된 정보로 인해 숨겨진 북한 기업들과의 잠재적인 사업 가능성을 직접 방문해 조사해 볼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참가자가 원하는 특정 기업을 방문하거나 분야별 맞춤형 매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GPI 컨설턴시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원예 및 온실 재배를 포함한 농업, 재생에너지, 관광, 정보기술, 컴퓨터 게임 및 만화영화, 화장품, 건강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 논의가 가능합니다.
특히 온실 재배와 관련해 “북한은 새로운 온실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관광 분야에서는 “새로운 관광지가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GPI 컨설턴시의 폴 치아 대표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여권 소지자를 제외한 모든 국적자가 신청할 수 있지만, 한국인은 참여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베이징에서의 비자 발급 과정을 포함해 방북 일정은 약 1주일이며, 요청시 일정 연장도 가능하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한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23년 북한 대외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8.3%에 달했습니다.
이번 방북 프로그램은 북한의 대외무역 및 투자 유치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RFA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 번영개발센터 대표는 북한의 체제적 한계를 지적하며, 투자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28일 RF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시장경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리정호 대표]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농업 부분에 대한 투자를 많이 장려하고 있습니다. 벼, 감자 농사, 온실 농장 등을 통해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작을 하려고 했지만 성공할 리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벼를 천 톤 생산하면 천 톤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북한은 국가가 다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자신이 탈북하기 전인 2007년, 홍콩 투자자가 북한에 화력발전소와 석유 개발에 1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투자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결국 실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투자를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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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I 컨설턴시는 지난해 2월 북한을 연구하는 외국인 학자들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방북 프로그램을 모집했지만, ‘북한측 파트너’의 사정으로 해당 프로그램은 성사되지 못한 바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정기적으로 방북 프로그램을 기획해왔으며, 북한 기업, 학교, 농장 등을 방문하거나 국제무역전람회와 같은 행사에 참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북한의 국경 폐쇄로 2019년 9월 언론인 방북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