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일 생일 경축행사’ 보도서 ‘광명성절’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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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매체들이 김정일 생일 경축행사에 대한 보도를 진행했지만, 그의 생일을 우상화해서 일컫는 '광명성절'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일 탄생 83주년을 경축하는 중앙사진 전람회 '우리 혁명무력을 무적필승의 강군으로 키워주시여' 개막식이 전날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김정일 생일 경축행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일단 4일 북한 매체 보도에서 김정일 생일을 가리키는 ‘광명성절’ 용어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광명성절’ 용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선대 지우기’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 연구위원은 또 “북한 우상화의 중심이 기존 ‘김일성,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옮겨가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김일성, 김정일’ 권위에 기대 김정은 총비서를 우상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김 총비서의 권력 기반이 구축된 이후에는 김 총비서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오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의 선대 지우기 행보와 김정은 중심의 우상화는 김 총비서의 권력 기반이 탄탄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지금 '광명성절' 명칭이 안 보이는 것은 '선대 지우기'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대 지우기'는 어떤 불안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워서 우상화해도 큰 문제가 없고 간부들과 인민들이 김정은 우상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마련됐다는 판단 아래 진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선대에 대한 우상화를 줄여나가는 모습은 지난해부터 다방면에서 관찰됐다며 이날 북한 매체 보도에서 ‘광명성절’ 용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임 교수는 북한 당국이 ‘선대 우상화’를 줄여나가는 모습이 곧 선대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이같은 움직임에는 국제사회에서 ‘보통 국가’를 지향하고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선대를 절대 부인하는 게 아니고 김정은 시대에 걸맞은 또는 '보통 국가'를 지향하는 김정은 정권의 지향성에 걸맞은 것으로, 여러 가지 기존 구호들 또는 표현 등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는 상대적으로 실용적인 노선을 반영한 우상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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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생일 83주년(2.16) 경축 중앙사진전람회 '우리 혁명무력을 무적필승의 강군으로 키워주시여' 지난 3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개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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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에 대한 우상화를 줄여나가는 모습은 다수 관찰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13~15일 김일성 생일 보도에서 김일성 생일을 가리키는 ‘태양절’ 용어를 당일인 15일 한 차례만 사용하는 등 ‘태양절’ 용어 사용을 줄이고 ‘4.15’ 명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지난 1월 1일 조선유통사가 발행한 신년 우표에서 늘 표기되어온 ‘주체연호’가 사라지는 등 북한은 김일성이 태어난 해(1912년)를 기준으로 한 ‘주체연호’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지난해 태양절의 경우 (용어 사용) 축소 동향이 있었던 만큼, ‘광명성절’ 용어 사용 여부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달 6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는 “김 총비서가 여러 가지 독자적 위치와 위상을 강화해 나가는 일련의 흐름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