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한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지난해 9월과 지난달 29일 공개한 핵시설 내 고농축 우라늄(HEU) 원심분리기 사진을 분석한 결과, 기존 P2 모델보다 진일보한 IR4 수준의 원심분리기를 북한이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김정은 총비서가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하며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도 시설의 위치와 방문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9월 강선으로 추정되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공개한 이후 약 넉 달 만의 핵시설 공개입니다.
북한이 축적해나가고 있는 핵능력과 관련해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지난해 김 총비서가 시찰하며 지시한 3가지, 즉 ‘기존 원심분리기 대량생산’, ‘기존 원심분리기 성능 개선’, ‘신형 원심분리기 도입’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명예연구위원은 우선 ‘기존 원심분리기 대량생산’에 대한 김 총비서의 지시와 관련해 “공개한 사진을 통해 보여준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가 이를 증명한다”며 “성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년 두 자리수 이상 핵탄두를 추가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명예연구위원은 이어 김 총비서의 또다른 지시인 ‘기존 원심분리기 성능 개선’과 관련해, “외국 전문가들과 심층 토론한 결과, 모두가 북한의 원심분리기가 이란의 (마레이징강 로터에 탄소섬유 빌로우즈를 채택한) IR-2m 또는 (탄소섬유 로터에 탄소섬유 빌로우즈를 채택한) IR-4와 매우 유사하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2010년 북한 당국이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보여준 기존 P2형의 개량형”이라는 것입니다.
IR-2m와 IR-4 가운데, 이 명예연구위원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IR-4를 채택했을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바라봤습니다.
이란의 경우 IR-2m의 외부 냉각파이프가 원심분리기 아래에서부터 중간쯤 되는 비교적 높은 위치까지 자리하는데 비해, IR-4의 외부 냉각파이프는 원심분리기 아래 부분에 위치하는데, 최근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 사진을 보면 외부 냉각파이프가 원심분리기 하단 부분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가 IR-4 수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북한이 얼마나 고품질의 탄소섬유를 확보해 원심분리기를 제작하느냐, 원심분리기 직경과 길이를 늘려 IR-6처럼 분리계수를 더욱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등이 지켜볼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냉각 장치가 아래에 있는 거예요. 그러면 역시 마레이징강(IR-2m 로터 소재)이 아니라 탄소섬유(IR-4 소재)라고 생각이 드는 거죠. IR 성능이라는 게 소재가 탄소섬유로 가는 것 못지않게 탄소섬유를 고급 품질을 입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또 차이가 나요. 중국 자체로도 상용 그레이드는 넘쳐서 밀어내기 수출하고 그러거든요. 충분히 사 올 수 있는 것이죠. IR-6는 크기는 비슷한데 굵어요. IR-6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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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 명예연구위원은 만약 북한이 IR-4 수준의 원심분리기를 도입해 가동 중인 상황이 확인될 경우 북한이 매년 확보할 것으로 계산하는 핵탄두 추정치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북한이 영변과 강선에서 1만~1만 2천 개 원심분리기를 가동한다고 추정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이는 매년 200~240kg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고 매년 최대 10기의 핵탄두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의 말입니다.
[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지금 정부에서 계산하는 것은 개량하기 전 원형 P2 원심분리기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거든요. 대략 1.5배 곱해야 된다, 1.2에서 1.5는 곱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 정부, 지난달 북 공개한 핵시설 ‘영변’일 가능성에 무게
한편 현재 한국 정부는 최근 김 총비서가 방문한 시설이 영변인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지난 4일 북한 당국이 최근 공개한 시설이 영변이라는 추측과 관련해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