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년 아닌데 왜?” 김씨 일가 ‘동상’ ‘벽화’ 보초 세우라 지시

0:00 / 0:00

앵커: 북한 당국이 김정일 사망일을 즈음해 수령 일가를 형상한 동상, 석고상, 모자이크 벽화에 보초를 세울 것을 지시했습니다. 주민들은 정주년이 아닌 해에 내려진 지시에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등 수령 일가의 생일이나 사망일 등이 중요한 기념이며 이날을 맞아 각종 행사가 진행됩니다.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김정일을 추모하는 행사와 모임이 개최되었고 김정은도 지난 17일, 김일성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 "지난 15일 김일성 김정일 동상과 수령 일가를 형상한 모자이크 벽화에 보초를 세울 데 대한 수령 보위 사업이 포치(지시)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15일 저녁부터 지금까지 전국의 모든 동상과 벽화에 주민들이 동원돼 교대로 보초를 서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aa4797d1-4396-44f0-8ffc-b62e63612ccf.jpeg
ºÏÇÑ 평안남도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입구에 건립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 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의 모습을 각각 담은 모자이크벽화. /연합 (YNA)

북한에는 각 도 소재지와 직할시, 주요 도시, 그리고 일부 중요 기관, 기업소에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있고 전국의 시 군과 리 등 모든 지역과 큰 공장, 기업소에 모자이크 벽화가 설치돼 있습니다.

소식통은 "군당이 군내 기관, 기업소에 보초를 서야 할 위치와 날짜, 시간을 정해 주었다며 각 공장, 기업소 초급당이 당원과 청년들로 2명씩 근무조를 편성해 발표했다"고 말했습니다.

"보초를 서는 인원은 적위대 복장을 하고 벽화 양옆에 갈라져 차렷 자세로 2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한다"며 "군당 간부와 안전원들이 수시로 보초를 제대로 서는지 순찰을 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수령 보위'로 불리는 이 놀음이 설날까지 쭉 이어질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현재는 20일까지는 주야간 보초를 서고 그 후에는 야간에만 서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김부자 동상에 증정된 꽃, 시장에서 다시 팔려

북, 김정일 추모 답사 학습 대폭 강화

이와 관련 나선시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당국의 지시로 큰 공장, 기업소에 있는 연구실(김일성김정일주의 연구실)도 보초를 서고 있다"며 "모든 연구실에 김일성 김정일의 석고상(흉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자체 연구실을 가지고 있는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는 동상, 모자이크 벽화 보초에서 제외되고 대신 연구실 근무를 선다"며 "보초 근무 성원의 복장은 붉은 오각별을 단 군복 색깔의 모자와 적위대 복을 입고 혁띠(허리띠)를 매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보통 사망한 그해 애도 기간으로 정해진 기간과 5년, 10년이 되는 정주년에 '수령 보위' 명목으로 동상과 벽화, 연구실 등에 보초를 섰지만 올해는 정주년도 아닌데 이런 지시가 내려온 게 이상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요즘 나선시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내려가는데 작은 타일 조각으로 만든 구조물인 벽화와 석고로 만든 흉상이 있는 연구실을 지킨다고 주민을 동원해 추운 겨울에 밤새껏 보초를 세우는 당국의 처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