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 김정은 ‘음주접대’ 질타에 몸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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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지방 간부들의 집단 '음주접대'를 비판한 노동당 비서국 확대회의 이후 지방 당 간부들이 바짝 몸을 낮추고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27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 하에 8기30차 노동당 비서국 확대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에서는 40여명의 당 행정 간부들이 집단으로 봉사 기관(식당)에 몰려가 ‘음주접대’를 받은 사실이 폭로되고 이를 조장한 남포시 온천군당위원회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온천군당 사건이 보도된 후 당간부들이 각별히 처신을 조심하고 있다”며 “당간부들에 대한 전당적인 사상 검열과 자체 총화가 뒤따를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이 당내 부패 현상을 엄하게 지적하며 저격전, 추격전, 수색전, 소탕전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며 “과거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전당적인 사상 검열과 총화 사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이나 기관 당위원회가 해산된 일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며 “가장 가깝게는 2020년 김정은의 지시로 뇌물 등의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김일성고급당학교(현재 중앙간부학교) 당위원회가 해산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위원회가 해산되면 책임비서를 비롯한 높은 간부는 어딘가로 완전히 사라지고 사건에 연관된 간부들은 출당 철직되며 나머지는 농촌, 탄광 등에 가서 혁명화를 하는 데 김정은이 직접 언급한 사건인 만큼 이들이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일부 간부들은 온천군이 운이 나빴다고 말한다”며 “이번 일은 지난달 21일 온천군에서 새로 건설된 공업공장 준공식이 있었는데 국가적 지원이 없이 모든 것을 자체로 해결해 공사를 하느라 수고한 군내 간부들에게 군당책임비서가 식사를 대접한 것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새 지방 공장이 완공된 지역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며 “온천군이 도마에 오른 건 도나 중앙에서 파견된 간부들을 잘 섬기지 못했거나 누군가가 중앙에 보고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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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주재로 지난달 27일 열린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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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온천군당 사건을 계기로 관내 식당에서 손님 접대나 음주 접대 등을 받은 적이 있는 당간부들이 몹시 긴장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당 간부들이 점심시간이 되면 약속된 식당에 우르르 밀려가 밥을 먹는 현상이 싹 없어졌다”며 “군당 조직부 지도원을 하는 내 친구는 며칠째 점심밥을 싸가지고 출근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곧 있을 검열 총화에 제기돼 시범 껨(케이스)에 걸리면 누구든 끝장”이라며 “아무리 직급이 높고 큰 공로를 세운 간부라도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군내 주요 기관 핵심 간부나 당간부들이 식당, 상점 등 봉사기관에서 돈 한 푼도 내지않고 공짜로 대접받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일부 당간부들은 출장을 가도 자기 집이 아니라 식당에서 도중 식사(도시락)를 다 보장해준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다 당간부들이 요구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식당 등 급양 봉사망 책임자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 경우 검열을 받거나 자리를 떼이는 등의 후과(결과)를 감당해야 하는데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반 주민들도 온천군당 사건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며 “당간부들의 세도와 권세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잘 됐다, 깨고소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