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미국과 핵 협상에 나서기 전 매우 높은 수준의 군사적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이 21일 발표한 ‘북한의 2024년 군사동향과 2025년의 선택’ 보고서.
양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2025년 북한의 전략적인 선택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쉽게 종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북한은 계속해서 전쟁 특수를 통한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명백해질 경우,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최대한 이익을 끌어낸 이후 핵무장국으로 미국과 핵협상에 나설 것이며, 북한은 협상에 앞서 최대의 긴장을 유발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인 2017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듯,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양 연구위원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미북 양측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가 곧 대화로 전환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지시간으로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 나는 매우 우호적이었고 잘 지냈다”고 밝히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향후 북한의 행위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며 북한이 올해 군사적 긴장을 올릴 경우 미국도 이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트럼프가 애초 불량국가를 상대할 때나, 독재자를 상대할 때 보면 유화적으로 이야기해요. 푸틴한테도 좋은 이야기하고 시진핑한테도 좋은 이야기하고 그런데 막상 행동은 다릅니다. 행동은 상대방이 하는 것에 따라 움직여요. 긴장이 서로 최고조에 달할 때가 아마 다시 대화로 전환하는 시점이 되겠죠.
이와 함께 양 연구위원은 “북한은 2018년 협상 테이블에 나왔던 당시보다 훨씬 증강된 핵전력을 보유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국으로서 위상도 갖췄다”며 “새로운 미북 협상에서 미국의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또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경제적 이익과 동시에 최신무기체계는 물론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까지 전수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ICBM 대기권 재진입, 다탄두 기술 등) 민감한 군사적 기술까지 지원할 가능성이 있을지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사실상 혈맹 관계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일단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미 지금 이 정도로 협력하는 단계가 되면 양국 간 관계는 혈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한국이 러시아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 이상은 무조건 북한이 얻는다고 보셔야 합니다. 그동안의 가정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되는 상황이 된다는 것입니다.
양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철군과 북한 핵협상을 연계해 빅딜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고, 한국 정부를 향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미국과 공유하며 미국이 북한의 핵능력을 과대평가하여 섣부르게 핵군축을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또 “이럴 때일수록 한미동맹은 한 팀으로 일관된 목소리로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활동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의회외교, 기타 모든 가용한 수단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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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북 협상에 앞서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은 앞서 몇 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24일 ‘트럼프 행정부 2기 미북 대화 가능성과 조건 분석’ 보고서에서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구조적 여건이 경직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북한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중재자’로서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김정은 총비서에게 직접 대화를 제의하는 방식 등이 극적 효과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북 협상 전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11월 27일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 증가와 대북전략의 진화 모색’ 포럼에서, 북한에게 있어 최상의 협상 조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급하게 만들어내려고 할 때 주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최악의 협상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협상에 들어가기 전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