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MZ세대에 충성심 고취 애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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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들어 부쩍 소학교에서 청년에 이르는 '젊은 세대'를 향해 수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를 경험한 젊은 탈북민들은, 당국의 노력이 북한 내 젊은 세대들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젊은 세대들의 충성심과 애국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은 우리 혁명의 고귀한 유산이며 제일국풍이다’ 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수령에 의해서만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 지켜지고 담보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특히 전세대의 유산인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청년들이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같은날 조선중앙통신은 남포시의 학교소년단조직에서 애국심을 배양하기 위한 교양 사업 방법을 혁신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남포 외국어학원을 비롯한 남포시 학교들에서는 북한의 국가와《우리의 국기》등의 노래보급을 정상화하고, 국가상징물들의 내용을 해설한 직관물들을 여러곳에 게시해 교내를 애국주의교양장소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령에 대한 충성과 국가를 위한 희생이 북한의 젊은 세대들에게 여전히 주입되고 있지만 학교나 조직에서 이뤄지는 정치사상 교육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로 귀순했던 강규리 씨의 말입니다.

[강규리 씨] (한국 드라마로 인해) 저희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잘못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 문화를 따라하고, 하지 말라는 옷차림을 계속 하고 다니는 것도 하나의 변화입니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그것을 통제하고 총살까지 함에도 청년들이 계속하는 것도 하나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년들이 더는 이렇게 못살겠다 싶으면 아마 반란도 일어나지 않을까. 불만이 고조되고 있죠, 이제는 팽창한 상태예요. 건드리면 터질 듯….

회령이 고향인 탈북민 박무영 씨도(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27일 RFA와의 통화에서 국가에서 젊은 세대들의 충섬심을 고취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청년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무영 씨]그런 건 그냥 듣지도 않아요. 전혀 지금 청년들한테 와닿지 않는 이유가 우리가 지금 먹고 살기 힘들고 궁핍한데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다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거. 불만들이 다들 많죠. 다들 그냥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거죠. 앞에서는 이렇게 나가서는 그냥 잘하는 척하고 또 저녁에 들어와서는 외국 문화를 보고… 불만은 가득하지만 함부로 나의 불만을 타인에게 또는 사회에 들키는 순간 저렇게 된다는 거를 아는 거예요. 그래서 함부로 얘기를 못하고 다들 마음속으로만 불만을 품고 있고 표출할 수가 없어요. 표출하는 순간 똑같이 처형당하고 처벌되고 잡혀가고 이러니까.

2005년 북한을 탈출한 서철용 씨는 이날 RFA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때도 몰래 불만을 표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았다”며 “지금 젊은 세대들은 더 심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철용씨]특히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 뱃지 초상화라고 하거든요. 가슴에 달고 다니는 그걸 어떤 사람들이 산에 가져다가 진짜 두 주먹정도 되는 양을 이렇게 몰아가지고 불 태워버리는 일이 있었어요. 한 30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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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젊은 세대들을 향해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 보호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수작전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에서 경호가 한층 강화된 모습이 포착됐는데, 김 위원장이 북한의 ‘MZ세대’에 속하는 20대 병사들에게서 위협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훈련에 참가한 병사들은 대부분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세대였습니다. 이들은 소위 '북한의 장마당세대', 또는 'MZ세대'라고 할 수 있는, 북한 체제에 의문을 갖기도 하고,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접한 경험이 있는 세대입니다. 이러한 젊은 병사들은 북한 체제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있으며, 김정은 총비서도 그들의 반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