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야심작 ‘지방공장’ 빈껍데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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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각 지역에서 경공업공장이 속속 준공하고 있습니다. 요란한 준공 행사가 열리고 시제품도 소개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연초 북한은 향후 10년 동안 매년 순차적으로 20개 군에 경공업공장 단지를 조성한다는 '지방발전 20x10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중앙당 조직지도부에 '지방공업건설지도과'를 신설하고 군대가 공장 건설을 맡도록 했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최근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각 시, 군에서 공장 준공식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공장들이 지방 인민의 생활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는 선전이 요란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새로 건설된 공장 중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공장도 몇 개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식료공장, 옷공장, 일용품공장"이라며 "이 공장들이 앞으로 생산을 계속 정상화한다는 담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방 실정 모르는 형식주의 선전

"며칠 간격으로 소개되는 준공식 영상에 각 식료공장에서 된장, 간장, 기름, 빵, 과자 등을 생산하는 모습이 나오고 옷공장과 관련해서는 전시실에 다양한 형식의 옷이 진열된 모습이 나오며 일용품공장의 경우 비닐 그릇, 비누, 가구 등이 생산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민들은 다 선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라며 "실제는 멈춰서 있지만 텔레비죤 방송국에서 촬영하러 왔을 때 겨우 몇시간 기계를 돌려 생산을 하는 것처럼 하는 공장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당국이 밀 농사를 적극 추진했음에도 아직 밀가루가 흔하지 않다"며 "식료공장이 제대로 운영되자면 밀가루, 콩 외에도 사탕(설탕)가루, 엿, 우유 같은 것이 보장돼야 하는데 아직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공장이 만들든, 개인이 만들든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옷을 보면 천(원단)은 물론 쟈크, 맞단추, 심지어 실까지 다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앞으로 더 늘어날 옷공장을 어떻게 정상 운영하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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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일 "동해북변 어랑군에도 지방공업공장들이 훌륭히 일떠섰다"라면서 "어랑군의 인민들이 1월 31일 당의 은정 속에 일떠선 지방공업공장들의 준공을 성대히 경축했다"라고 보도했다. /연합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당국이 지방의 형편과 실정, 주민들의 요구는 상관없이 눈에 보이는 것에 급급하고 있다"며 "새로 일떠선 경공업공장 준공식과 관련해 엉터리 선전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텔레비죤에서 여러 지역의 새 일용품공장에서 알락달락한 비닐 그릇을 생산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며 "노곤노곤한 비닐로 만든 그릇이 생산되는 건 좋지만 그런 원자재를 국가가 계속 보장할 수 있는지 우려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비닐 그릇을 장식처럼 쌓아놓는 게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장식은 다 없어졌다"며 "앞으로 지방 공장 건설이 끝나면 전국에 비닐 그릇 생산공장이 수십 개 넘게 생길 건데 이렇게 많은 공장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랑 수산물가공공장 소개 영상에 게와 명태를 가공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국내 바다에 명태가 잡히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게 역시 돈 많은 사람이나 먹는 귀한 어족이 된지 오랜데 공장에서 대량 가공한다는 선전을 누가 믿겠는가"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그나마 주민들이 지방공장에서 기대하는 물품은 바로 비누"라며 "고난의 행군 시기 정어리 기름으로 만든 시꺼멓고 고약한 냄새 나는 비누도 부족하다가 이후 중국산 비누가 많이 들어왔지만 최근 중국 물품이 모두 막히면서 다시 비누가 귀해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1960년대부터 모든 시, 군에 다양한 경공업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었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다 멈춰섰다"며 "제발 이번 지방 공장은 소리만 요란한 빈껍데기 공장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