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고집하고 있다면서, 비핵화는 시대착오적인 목표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체고라 대사 한미 대북정책 비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9일 '외교관의 날'을 맞아 러시아 매체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북미 협상의 실패를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평양이 대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한다면 환영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한반도의 긴장 상황은 전적으로 미국과 그에 동조하는 한국 정부의 확장 억제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일방적 조치를 취했으나,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2018년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미군 전사자 유해를 송환했으며,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유지했던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2018년과 비교해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미국이 여전히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이는 완전히 시대에 뒤처진 접근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기사
[ 통일부 “북 노동자 러시아 파견, 안보리 제재 위반”Opens in new window ]
[ 북한인 러 방문 12배 급증…노동자 파견?Opens in new window ]

최근 미국 백악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원칙을 견지한다고 밝혔으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와는 배치되는 주장입니다.
미국은 CVID원칙 견지
러시아 전문가 표도르 체르치즈스키(이휘성) 박사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마체고라 대사의 발언에 대해 “현 단계에서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6자 회담에 참여하고 대북 제재안 채택에도 동참해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관계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북한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 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면, 핵확산금지조약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비핵화를 목표에서 제외한다면,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정책을 뒤집는 것뿐만 아니라, 유엔 결의안과 미국 법, 핵확산금지조약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가 됩니다. 더 나아가,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게 되면, 북한의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온 각종 제재의 법적 근거도 약화됩니다. 만약, 미국이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미국조차 제재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데, 우리가 왜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품게 될 것이고, 이는 국제적인 대북 제재 체제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마체고라 대사는 인터뷰에서 북한 관광 및 양국 간 협력 확대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