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제기됐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조치에 러시아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시간으로 1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핵비확산과 북한을 주제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곧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러시아가 놀랍게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용인하는 데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입니다. 이는 러시아가 지난 수십년간 유지해온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뒤집는 겁니다.
(Alarmingly, we assessed that Russia may be close to accepting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program, reversing Moscow's decade long commitment to denuclearize the Korean peninsula.)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가 향후 북한의 핵개발을 비판하는 데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역내 불안정 유발 행위를 비난하는 제재나 결의안 통과를 더욱 방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파견한 1만 1천여 명의 병력과 관련해, 러시아가 이들을 향후 북한과 실시할 연합훈련의 기반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모두 컨테이너 2만여 개 분량의 군수품을 보냈고, 이 가운데 최소 6백만 발의 중포탄, 1백 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북한산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자포리자 등 민간인 시설과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타격했으며 북한은 올해 말까지 더 많은 미사일을 러시아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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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키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핵보유국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사]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라는 오랜 입장을 포기한다면 핵 비확산 체제의 기반 자체를 약화시킬 겁니다. 그러한 결과는 누구에게도,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핵보유국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제임스 카리우키 유엔 주재 영국 차석대사도 러시아에 국제 핵 비확산 체제 원칙에 부합하는 메시지와 행동을 보일 것을 촉구하며 영국은 북러 양국에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에 대한 비용을 계속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원한 것은 중대한 실수(grave error)라고 지적하며 전투 지역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 제임스 카리우키 유엔 주재 영국 차석대사] 북한은 이제 유럽에서 러시아의 불법 전쟁을 지원하는 것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을 것입니다. 북한은 러시아 지원을 즉시 중단하고 국제사회와의 관여로 돌아가야 합니다.
영국의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onflict Armament Research)의 조나 레프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지난 7월과 8월 회수한 미사일 잔해 분석 결과를 설명하며 새로 제조된 북한산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계속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발견된 미사일 중 하나에서 올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표식이 발견됐다며 북한산 탄도미사일 생산과 이전, 그리고 전쟁에서 사용되는 전 과정이 불과 몇 개월 안에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사일 잔해에서 지난해 생산된 외국산 부품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전하면서는 북한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미사일 부품 수급망 (robust acquisition network) 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북러 간 협력은 국제법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지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북러 협력 강화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와 병력 지원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홍승욱,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