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가운데, 최근 한 여행사가 공개한 북한 출입국 도장(여권 스탬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권에 북한 방문 기록이 남을 경우 미국 등 다른 나라 여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3일,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Koryo Tours)가 온라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입니다.
서방 여행사 관계자들이 5년만의 북한 관광 재개를 앞두고 당국의 초대를 받아 라선(나선, 나진·선봉) 지역으로 입국하면서 받은 여권 도장입니다.
도장에는 날짜와 함께 ‘조선 원정, 국경통행검사소’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63개의 댓글이 달리며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여권에 북한 입국 도장이 찍히면 미국 등 다른 나라 여행에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이에 고려투어는 20일 별도의 공지를 통해 ‘북한 여행이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방문 기록 , 외국 입국 심사에 영향 미칠까
외국인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일반적으로 사전에 비자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대개 별도의 입국 비자 서류에 출입국 도장이 찍히지만, 자국에 북한 대사관이 있는 경우 직접 방문해 여권 한 면 크기의 비자 스티커를 받아 여권에 부착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외국인 대상 관광이 재개된 라선 경제특구 여행의 경우, 비자 없이 당국의 입국 승인 후 여권에 도장이 찍히는데, 이는 결국 여권에 북한 방문 기록이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기록이 다른 국가의 입국 심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러시아의 비자 대행업체 ‘비자호드( Визаход)‘의 다니일 세르게예프 전무이사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단순히 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가 거절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사관에서 신청서를 검토한 후 비자를 발급하는 모든 국가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르게예프 전무이사는 특히 러시아인의 경우 미국, 영국, 유럽 솅겐 협약국 27개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중국 등이 이에 해당하며, 북한은 일반적인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므로 해당 국가들에서 추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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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관련 법에 따라,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기록이 있는 경우,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대상 국적자는 예외(waiver) 승인을 받지 않는 한 전자여행허가제(ESTA) 신청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국의 국민이 군 복무 또는 정부 공식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북한을 방문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ESTA 신청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방문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 미국 방문을 원하는 여행자는 반드시 미국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거쳐 별도의 관광비자(B1, B2)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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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신비로운 여행지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신비로운 여행지로 남아있습니다.
폐쇄된 국가라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2월,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 후 처음으로 러시아인들에게 관광을 개방했을 때 북한을 방문한 일리야 보스크레센스키(Ilya Voskresensky) 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보스크레센스키 씨는 21일 RFA에 “당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스티커 형태의 북한 비자를 발급받았고, 아직도 여권에 붙어있다”고 밝혔습니다.
여행가이자 영상 제작자인 그는 “이후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터키, 아르헨티나 등 8개국을 여행했지만, 북한 방문 기록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고려투어와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ong Pioneer Tours) 등 북한 전문 여행사들은 3월 1일과 2일부터 출발하는 라선 경제특구 여행 상품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북한 전문 여행사 코리아 콘설트(Korea Konsult) 역시 최근 RFA에 3월 라선 여행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리아 콘설트 관계자] 코로나 대유행으로 2020년 1월 이후 5년간 관광이 중단됐기 때문에 북한을 방문하려는 대기자가 많습니다. 저희 사무실이 있는 스웨덴 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영국 등 다양한 유럽 국가에서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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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방문 사실 , 정직하게 정보 제공해야
비자호드의 세르게예프 전무이사는 “단순히 평양에서 맥주를 마시고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미국 방문 계획에 영향을 받기 싫어, 북한 방문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비자 신청서나 입국 심사 과정에서 북한 방문 사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할 경우, 오히려 비자 발급 및 입국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며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정직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