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새해 첫날 선대 지도자들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를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 강화의 일환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관영 매체는 2일 새해를 맞아 1일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위원들, 당과 정부의 간부 및 무력 기관 지휘성원들만이 참석했을 뿐, 김정은 총비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2일 이에 대해 김정은 총비서의 독자적인 위상을 만들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평가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한 해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계기는 새해 첫날과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과 사망일 등 통상 5차례입니다. 그런데 지난 2022년부터 이 같은 참배 형태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 통일부의 분석입니다.
특히 새해 첫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이 집권 초에는 선대의 후광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10년이 지나면서 독자적인 위상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뿐아니라 전반적으로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을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지도자와 동일한 위상과 반열에 올려 놓으려는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선대 지도자들을 참배하지 않은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북한이 관영매체와 새해 달력에서 ‘주체연호’를 사용하지 않고 있고 김정은 초상휘장이 등장한 점 등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해 4월 발행된 노동신문은 김일성 주석을 지칭하던 ‘주체조선의 태양’이라는 표현을 김정은 총비서에게 사용한 바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이른바 ‘과속 우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주체조선의 태양'이라는 표현을 김정은에게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표어나 조총련이 보낸 편지를 인용하는, 간접적인 방식이었지만 김정은을 김일성 반열에 올리는 모습들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어요. 따라서 2년 연속 참배하지 않은 것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선대 지우기' 그리고 김정은의 '과속 우상화'와 관련이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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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도 ‘태양’의 개념을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김정은 총비서에게로 옮기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행사를 점차 축소해 나갈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일단 형식적으로 본다면 크게 부각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김일성·김정일 생일과 같은) 그런 것들의 격이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그런 것들을 강조하면 자연스럽게 민족, 통일 등 선대에 대한 우상화가 강화되기 때문에 행사의 질적인 면 등이 굉장히 톤다운 될 것으로 봅니다.
이어 곽 대표는 김정은 총비서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고 새해 경축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내부적 주목도를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집중시킨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앞으로의 신년 행사는 선대를 기리는 움직임보다는 김정은 총비서를 부각시키는 신년 축하 행사를 중심으로 치러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통일부도 김정은 총비서가 예년과 달리 새해 행사를 신년 경축 공연 하나만 소화했다는 점, 그리고 이 행사에 부인인 리설주가 아닌 딸인 김주애를 동반한 점을 이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의 경우 전원회의 이후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행사가 여러 건 보도됐지만 올해는 신년 경축 공연만 관람한 부분이 특징”이라며 “행사의 전반적인 내용은 김정은을 ‘자애로운 어버이’ 이미지로 부각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 강화, 홀로서기 등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김정은 생일을 국가적 대명절로 지정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실제 올해 북한의 달력에는 1월 8일이 여전히 평일로 지정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생일을 국가적인 대명절로 지정하기 위한 성과나 여건 등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오는 2026년 1월로 예정된 9차 당대회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반면 김정은 총비서의 생일을 공식화해 대명절로 지정하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총비서는 여전히 국가 지도자로서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생년월일을 공개하면 그 권위와 위신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